27일 1분기 실적 발표 앞둬
일각에선 4.4조 적자 관측도…DX부문 역할론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마주한 반도체 한파 규모는 어느 정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올해 1분기 적자 규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 등이 올해 1분기 선방하며 전사 차원의 영업 적자는 면했지만, 삼성의 매출 상승을 그동안 이끌어 왔던 전통적인 실적 효자 반도체 사업의 관련 손실이 분기 기준 4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전자 업계 전반의 우려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SK하이닉스가 2012년 2월 그룹 편입 이후 최대 분기 적자인 3조 402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보다 높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이다. 삼성의 반도체의 실적 악화 수준이 이날 실적이 발표된 SK하이닉스보다 더 강도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009년 1분기 이후 ‘첫 반도체 사업 적자’ 파장
삼성 반도체 사업이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할 경우, 이는 2009년 1분기 당시 7100억원 영업손실 이후 14년만의 처음이다. 규모로 치면 사상 최대 적자이다.
최근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의 판매 부진과 더불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은 9%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9.5% 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선 다행히 최근 삼성전자가 감산을 발표하며 실적 회복의 속도가 다소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감산을 공식화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경쟁사들 역시 이 선언의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경쟁사(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하반기 준비를 위해서 2분기에 일부 수요를 다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현물가가 바닥인 상황에, 이를(감산) 바탕으로 가격이 안정화 기조로 갈 것인지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기업에 대한 고성능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와 서버 DDR5, 그래픽 제품 등 문의가 늘어났단 설명이다. 실제로 D램 중 일부 현물가격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또 올해 들어 하락폭을 키우던 반도체 가격 동향지표인 DXI 지수도 14주 만에 반등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은 먹구름 그 자체다. 금융투자업계가 내다보는 삼성전자 올해 연간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10조8459원이다. 이 또한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10조9300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실적이 10조원 언저리였던 적이 없다.
어깨가 무거운 DX부문…스마트폰 효자 역할 톡톡
반도체 부문이 4조원 이상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스마트폰·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부문의 역할이 대두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전체 실적의 적자전환을 막은 일등공신은 MX(모바일경험) 사업부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올 1분기 MX사업부가 3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의 흥행 덕분이다. 갤럭시S23 시리즈는 전세계 스마트폰 침체 속에서도 경쟁사 대비 선방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생산 계획 목표를 2억9000만대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출하량 목표는 생산 목표보다 적은 2억7000만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 ‘미운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생활가전·TV 사업부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1분기 매출이 10조원 중후반대, 영업이익이 3000억~4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후 다시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소폭 하락한 수준이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수요 둔화 등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OLED TV, 비스포크 라인업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지난달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올해 비스포크 판매는 지난해 대비 5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믿고 찾는 프리미엄 가전 비중을 지속해서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 라인업을 기존 24종에서 27종으로 확대했다. 올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OLED TV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까지 해외에서만 판매되던 삼성전자의 OLED TV 판매량은 30만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로 시장을 확대하며 판매량 증가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프리미엄 TV 시장 내 OLED 점유율은 올해 46%에서 내년 53%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전자 생활가전·TV, 삼성 이겼나?
이달 초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못 넘기는 1분기 ‘어닝 쇼크’를 발표하면서, LG전자는 지난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제치게 됐다.
LG전자의 경우 1분기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한 매출 20조4178억원, 영업이익은 22.9% 줄어든 1조4974억원을 거뒀다. 역대 영업이익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27일 발표될 LG전자의 사업부문별 실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분기에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홈앤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가 1조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가 2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의 생활가전·TV 관련 사업부 실적을 앞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온다.
프리미엄 위주 제품 믹스와 비용 효율화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TV 부문에서 재고 조정 효과로 낮아진 패널 가격에 힘입어 비용 절감이 마진 확대로 이어졌고,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것도 수익성 개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물류비 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LG전자 H&A 사업본부의 경우 실적호조 영향으로 올해 2분기에 1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 삼성전자 관련 사업부와의 경쟁을 치열하게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