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지난해 9월 바닥으로 떨어진 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던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가격이 최근 상승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엔 전 분기 대비 평균 12%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와 LCD 등이 가격하락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관련 회사들은 감산선언에 들어가며 가격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LCD TV 패널 가격은 작년 9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가 올해 2분기에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다.
제조 업체들의 감산에 공급망 내 재고가 소진되고, 6월 중국 쇼핑 시즌과 하반기 신제품 출시 등을 앞두고 패널 구매가 회복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65형 LCD TV 패널의 평균 가격은 지난 4월 133달러로 3월의 120달러보다 11% 올랐다. 5월 가격은 139달러 수준으로 전월 대비 5%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크기의 패널 가격도 전월과 비교해 4월에 2∼8%, 5월에 2∼5% 올랐다. 이번 2분기에 LCD TV 패널 평균 가격이 전 분기 대비 평균 12% 오를 것으로 DSCC는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CD TV 패널의 유통 재고 건전화가 4개월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TV 세트 업체들은 하반기 성수기를 앞두고 대형 패널 구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월부터 상승 전환한 LCD TV 패널 가격은 재고를 축적하려는 TV 세트업체들의 수요 영향으로 2분기와 3분기에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65형 LCD TV 패널 가격은 2021년 7월 최고가인 288달러를 찍고서 1년 2개월 만인 작년 9월 최저가인 107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맞물려 패널 가격이 급락하자, 제조 업체들은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인플레이션과 원자잿값 상승 등을 고려하면 패널을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는 상황이었고, 결국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TV 패널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LCD TV 패널 생산 공장 가동률도 작년 하반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패널 제조 업체들은 작년 하반기에 설비 가동률을 70% 미만으로 낮춰 재고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TV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가동률이 오르고 있으며, 2분기에는 5세대 이상 LCD 생산 라인 가동률이 77%까지 오를 전망이다.
반년 넘게 생산량을 조정해 패널 재고가 건전한 수준에 도달하고, 중국 브랜드들이 재고를 비축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었다고 트렌드포스는 전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TV 수요 부진은 여전해 패널 가격 상승세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SCC는 "2분기 가격 상승이 패널 업체에는 안도할만한 반가운 소식이지만, 업계 생산 능력은 여전히 가까운 미래의 예상 수요를 능가한다"며 "가격이 다시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