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3사, 전기차 맞춤형 신제품 출시

안전성·전비 효율·방음기술 중요도 높아져

업계 “업체간 기술경쟁 갈수록 치열해질 것”

21인치가 19인치보다 멀리 간다고? 타이어는 ‘소음 없는 전쟁’ 중 [비즈360]
한국타이어가 22일 출시한 고성능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에보’. [한국타이어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21인치 타이어가 19인치 타이어보다 전비(㎾h당 주행 가능 거리)가 좋다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전동화 전환에 나서면서 전기차시장을 선점하려는 타이어업계의 ‘기술경쟁’도 덩달아 치열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전비 효율성과 저소음, 내구성을 개선한 전기차 전용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전기차 전용 사계절용 타이어 ‘아이온 에보 AS’와 겨울용 타이어 ‘아이온 아이셉트’ 등 4개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22일에는 고성능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에보’와 ‘아이온 에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선보였다.

신제품 ‘아이온 에보’ 시리즈는 전기차의 강력한 순간토크와 배터리 무게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전기차(EV)’를 적용해 코너링 강성을 최대 10% 개선하고, ‘아라미드 하이브리드 보강벨트’를 채용해 타이어 조정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EV 전용 트레드(지면과 맞닿는 타이어 표면) 콤파운드를 통해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력과 접지력을 높인 것은 물론 최신 소음저감기술인 ‘아이 사운드 옵저버’를 적용되어 실내소음을 최대 18%까지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1인치가 19인치보다 멀리 간다고? 타이어는 ‘소음 없는 전쟁’ 중 [비즈360]
금호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크루젠 EV HP71’. [금호타이어 제공]

금호타이어에서도 최근 전기차 전용 타이어 ‘마제스티9 EV 솔루스 TA91’과 ‘크루젠 EV HP71’을 출시했다. 두 제품 역시 고분산 정밀 실리카가 적용된 EV 콤파운드를 사용해 마모 성능과 제동력을 개선하고, 타이어 홈에서 발생되는 소음을 딤플 설계로 분산시키는 ‘타이어 소음저감기술’을 적용해 승차감을 다듬었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전기차용 타이어 내부에 폼이 부착된 ‘공명음 저감 타이어’를 옵션 사항으로 추가했다. 공명음 저감 타이어란, 타이어 내부에 폴리우레탄폼 재질의 흡음재를 부착해 타이어 바닥면과 도로 노면이 접촉하면서 타이어 내부 공기 진동으로 발생하는 소음(공명음)을 줄인 제품으로, 금호타이어의 타이어 소음저감 신기술인 ‘케이 사일런트’가 적용됐다.

넥센타이어에서도 패턴 설계 최적화를 통해 빗길, 마른 노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고속 주행 안전성과 핸들링 성능을 개선한 ‘엔페라 스포츠 EV’와 흡음기술로 운전자가 느끼는 소음을 기존 제품 대비 약 5데시벨(㏈)가량 줄인 ‘로디안 GTX EV’ 등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신제품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시장 규모와 더불어 내연기관과 다른 전기차의 특성을 타이어 제조사 간 기술경쟁에 불을 지피는 요인으로 꼽는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탑재돼 내연기관차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무겁다. 제네시스 SUV ‘GV70’의 경우 2.5 가솔린 터보 모델의 공차중량은 1820~1885㎏인 반면 전동화 모델인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V70’은 2230㎏으로 더 무겁다. 대형 세단 'G80' 역시 2.5 가솔린 터보 모델의 공차중량은 1785~1855㎏, 전동화 모델은 2265㎏으로 400㎏가량 더 무겁다. 무거운 하중을 버텨야 하는 만큼 내구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무거운 무게는 곧 ‘전비 효율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구매요인’으로 부각되면서 완성차업체에서도 전비 효율이 높은 타이어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1인치가 19인치보다 멀리 간다고? 타이어는 ‘소음 없는 전쟁’ 중 [비즈360]
기아 ‘EV9’(위 사진)의 기본 모델의 경우 4륜 구동 기준 21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9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모델보다 더 길다. [기아 홈페이지 캡처]

기아가 최근 선보인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의 경우 기본 모델(에어·어스트림, 4WD 기준)에 19인치, 21인치 타이어가 장착되는데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는 21인치를 장착한 모델이 454㎞로 19인치가 장착된 모델(445㎞)보다 더 길다. 공차중량도 21인치 타이어가 적용된 모델이 15㎏ 더 무겁다.

타이어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제품이라고 가정했을 때 타이어의 인치가 낮을수록 차량의 연비가 더 좋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EV9은 19인치 타이어와 21인치 타이어 제조사와 제품 자체가 다르며, 21인치 타이어제품을 전비 효율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는 순수 전기모터의 힘으로 동력을 전달받기 때문에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없다. 그만큼 노면 소음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타이어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소음저감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엔진에 열을 가해 서서히 RPM(엔진 회전 수)을 끌어올리는 내연기관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전기모터의 힘을 사용한다.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토크로 급가속이 가능한 만큼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그립력(지면과 마찰)과 반응성이 중요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처음으로 연간 10만대를 넘어섰다. 오는 2030년에는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5500만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려는 타이어업체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 조용하고 강하며 잘 달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인치가 19인치보다 멀리 간다고? 타이어는 ‘소음 없는 전쟁’ 중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