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LG의 경쟁사가 넷플릭스·티빙 같은 OTT 사업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콘텐츠를 대거 사들이며 자사 스마트 TV 플랫폼 강화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 티빙 등 월 정액제로 운영되는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과 달리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북미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에서도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삼성 TV 플러스’ 내 콘텐츠 개수는 95개로 전년 동기(67개) 대비 40% 가량 증가했다. 계약 기간에 따라 월별 콘텐츠의 절대적인 개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최근 1년 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
‘삼성 TV 플러스’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 내에 탑재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Free-Ad supported Streaming TV) 서비스다. 영화, 드라마, 예능, 뉴스, 스포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별도의 결제 없이 일정 시간 광고를 시청하는 조건으로 즐길 수 있다.
LG전자도 자사 FAST 플랫폼 ‘LG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서 약 2900여개 가량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LG 채널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29개국 4800만명으로, 지난해 초(25개국 2000만명)와 비교해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스마트 TV 속 FAST 플랫폼 매출은 삼성·LG와 같은 TV 제조 업체들에게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되고 있다. 성장세도 클 뿐더러,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TV 판매가 저조한 가운데 안정적인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FAST 플랫폼 시장은 지난 2019년 2억달러(약 2652억원)에서 지난해 44억달러(약 5조8344억원)로 무려 22배 가량 폭증했다. 올해도 63억달러(약 8조3538억원)로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광고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내 영업이익 중 30% 이상이 ‘삼성 TV 플러스’의 광고 부문에서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고객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고 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어서 이익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올 1월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TV 광고 매출이 2018년 대비 10배 성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콘텐츠 매출은 들쑥날쑥한 TV 판매 매출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시장 출하량은 1억9900만 대로 지난해보다 1.4%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TV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지만, TV 판매 외 안정적인 수익구조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FAST 플랫폼은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주요 콘텐츠 소비 매체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이 주요 시장이다. 미국 ‘삼성 TV 플러스’ 내 콘텐츠 개수는 5월 말 기준 260여개로, 서비스게 제공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중 가장 많다. 삼성전자는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전 세계 24개국에 2000개 이상의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 TV 플러스의 최근 1년간 글로벌 누적 시청 시간은 약 30억 시간에 달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콘텐츠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뿅뿅 지구오락실’, ‘신서유기8’ 등 CJ ENM의 인기 프로그램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브랜드관을 최초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TV 조선 인기 프로그램 ‘국가가 부른다’ 등을 추가, 지상파 3사에 이어 종편 4사 콘텐츠를 제공하게 됐다.
LG전자도 유명 셰프인 고든 램지의 요리 수업과 인기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보컬 수업 콘텐츠 등을 추가하며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前)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의 리더십 강좌 수강도 시청 가능하다.
한편, 올 1분기 전체 TV 출하량 중 스마트 TV 비중이 처음으로 90%를 넘어서면서 스마트TV 콘텐츠 경쟁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TV 출하량 중 스마트 TV 비중은 92%로, 전년 동기(89.1%)와 비교해 2.9%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