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시원하고, 쉽게 꺼낼 수 있으니 좋죠. 그런데 집 냉장고를 계속 문 열어놓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네요.”
7일 서울 양천구 한 마트 냉장 코너. 늘 익숙한 풍경이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회사원 A(38)씨에게 “집 냉장고라면 어떨까” 하고 물었다. 잠시 고민한 A씨가 내놓은 답이다.
마트 냉장 코너의 익숙한 풍경. 그저 편하고 좋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건 마치 24시간 문 열어놓은 냉장고인 꼴이다.
폭염을 앞두고 전기료가 비상이다. 비단 돈만의 문제뿐 아니라 과도한 전기 낭비는 전력난, 환경오염 등으로 이어진다. 마트 냉장고 문만 달아도 전기량을 50% 절약할 수 있다.
서울시·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양측은 한국전력공사(한전), 롯데마트·이마트 등 유통업체 5곳,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과 함께 냉장고 문 달기 업무협약을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설치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최대 20억원의 무이자 융자를 지원하고, 한전은 냉장고 문을 설치하는 매장을 대상으로 비용 일부(폭 624㎜ 도어 1장당 약 5만원)를 지원한다.
실제 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부터 냉장고 문을 설치 중인 롯데마트는 약 28억원(70개점 기준) 이상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점포당 연 4000만원, 한 달로 치면 330만원가량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전국에 111개점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 기존에 설치한 45개점을 넘어 올해 7월까지 약 30개점에 추가로 냉장고 문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각의 냉장고에 계측기를 설치해 점검한 결과, 여름에는 최대 63%, 연평균으로는 약 50% 전기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식품안전 향상, 탄소중립 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대형 마트, 중소형 마트, 편의점, 동네슈퍼, 식료품가게 등 대상 유통업체가 총 1만8004곳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업체들의 개방형 냉장고 수량은 총 3만5980대인데, 이 중 중소형 마트·편의점·동네 슈퍼·식료품가게 등에서 운영 중인 개방형 냉장고만 2만8550대(약 80%)다.
핵심은 대형 마트 외에 중소형 마트까지 이 같은 개선에 동참하는 데에 있다. 현장의 분위기는 아직 미지근했다.
서울시 양천구에서 중소형 마트를 운영하는 B씨는 “손님이 통상 야채를 살 땐 구매 전 신선도를 확인하는 빈도 수가 많은데 너무 고객이 불편해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소형 마트 등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하면 똑같이 지원할 것”이라며 “시범 사업 후 소규모 업체 등 애로 사항을 듣고 추가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