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추심 이상 못하게 ‘추심 총량제’도 도입
[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 최근 ‘강실장’이라고 불리는 30세의 장모씨를 포함해 수십명의 조직폭력배가 검거됐다. 대부분은 20~30대의 젊은 조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인터넷대부중개플랫폼을 통해 서민들에게 최고 5000% 이상의 고금리를 받아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가족, 직장동료들의 신상정보로 수배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 추심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가 ‘벼랑 끝 차주’들의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고, 과도한 추심으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일종의 ‘추심 총량제’ 도입에 나선다. 연체 금액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원금에 이자가 붙지 않도록 상환부담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취약차주의 고통이 시시각각 커지는 만큼 올해 안에 국회 문턱을 넘겠다는 구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채무자보호법)의 연내 통과를 위해 국회와 수차례 물밑 접촉 중이다. 해당 법률안은 국회 소위원회에서 몇차례 심사가 논의됐으나, 다른 안건에 밀려 계속 계류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채무 변제의무가 발생한 개인금융체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이 없어 개인금융채무자에게 과도한 추심이 일어나거나, 정보력 부족으로 채무조정 요청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해당 법률안을 밥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라 부실채권 급증, 연체율 상승 등을 미리 고려해 지난해 말부터 국회에 제출했지만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며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서라도 올 하반기에는 해당 법안 통과에 주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률안의 골자는 ▷채무조정 시효 완성 통보 ▷채무조정 요청권 부여 ▷과도한 불법추심 방지 등이다.
현재는 개인금융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됐음에도 이를 알지 못해 돈을 상환할 경우 다시 채무 변제가 시작된다. 앞으로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에 대해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금융사가 채무자에게 통보하고, 채무자가 통지받은 날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채무변제의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이익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해야한다는 취지다.
또 채권추심자가 개인 추심에 착수할 경우 추심 착수 예정일, 방어권 행사 방법 등을 개인금융채무자에게 미리 통지하도록 하고, 7일에 7회를 초과해 추심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종의 ‘추심 총량제’를 도입하는 셈이다.
금융사들의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금융채무자는 개인금융채권을 연체한 경우 채권금융회사등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채무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등에만 그 요청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주요 골자다. 금리인하요구권처럼 ‘채무조정요청권’을 활성화해 감당 못할 채무를 조금씩 조정해주는 법조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취약차주들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재기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추심 등이 이뤄져선 안되고 현실적으로 상환할 의지를 북돋을 안전장치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이라며 “빚을 안 갚게 만드는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고 금융당국도 해당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