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사태 등이 불붙인 ‘이재명 사퇴론’ 정면돌파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심사 받고 檢 무도함 밝힐 것”
당내선 “‘총선 지면 李도 끝’ 절박감 비롯된 것” 해석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에 구속 수사 위험부담까지 감수하겠다는 정치적 승부수다. 여권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방탄’ 논란이 지속되자 결자해지하겠다는 차원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당내에서 지속되는 사퇴론을 정면 돌파하려는 묘수로도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말미에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언론 배포된 연설문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이 대표의 깜짝 발표였다.
그는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저를 겨냥해 300번도 넘게 압수수색을 해 온 경찰이 성남시와 경기도의 전·현직 공직자들을 투망식으로 전수조사하고, 강도 높은 추가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 갈등과 분열을 노리는 것인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며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며 “(추가)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내년 4월 초언을 앞두고 지도부 리더십 논란에 대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이재명 자신에게도 정말 미래가 없다라는 판단 하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할 것이라는 당 안팎 관측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혁신위 등 당 기구를 출범하고 기반을 만든 것도 결국 자신 수사를↓ 대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이 내우외환이고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 목소리도 점차 커져가는 상황에서 승부수를 결국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최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된 데 대한 선제적인 메시지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혁신과 관련해서도 “치열한 혁신으로 ‘어제의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면서 “더 이상 국민의힘과 비교하지 않고 민심만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1년 만에 국민이 정권을 포기했지만, 민주당이 그 분노와 실망을 희망과 기대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윤석열 정권과 경쟁하지 않고, 어제의 민주당과 경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1만여 자 분량 연설의 절반을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혹평으로, 나머지는 정책 대안 제시로 채웠다. 연설 제목도 ‘대전환의 시대, 퇴행을 거슬러 내일을 창조하자’였다.
그는 “지난 1년 우리 사회 곳곳은 ‘거대하고 지속적인 퇴행’을 겪었다.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유행을 하게 됐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민생, 경제, 정치, 외교, 안전을 포기했고, 국가 자체인 국민을 포기했다. 한마디로 5포 정권, 국민포기정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 “정부는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괴담 치부하며 사법조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는 당당하지 못한 처사이고, 비겁하다”면서 “정부는 더 이상 일본정부를 대신하듯 안전성만 강변하지 말고, 주권국가답게 방류를 막기 위한 실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국과 연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방류금지 임시조치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민생을 위한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재차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국채 발행 규모를 최소화하면서 추경이 가능하다”면서 “세계잉여금, 업무추진비나 특활비 감액, 불용 확정된 사업의 감액 등으로 국체 발행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2일에도 정부·여당을 향해 35조원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이날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 확대 당위성을 설파한 것이다.
그는 “현재의 경기침체상황과 국민의 고충,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국채를 다소 늘려서라도 재정이 경제회복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국가가 져야 할 빚을 국민이 대신 지는 대한민국의 이 현실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며 “적시의 재정지원은 사후약방문 비용을 아끼는 길이다. 정부여당도 추경 필요성을 이해하고 지혜를 모아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는 ▷금융취약계층 긴급생계비 대출 등에 12조원 ▷에너지 물가지원금, 가스·전기요금 지원 등에 11조원 ▷주거 안정 지원에 7조원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4.4조원 ▷전세사기 피해 지원 등 국민안전 강화에 0.6조원 등을 세부 추경 계획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또 “대전환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면서 “주4일제 사회로의 전환”을 꺼내들었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혁신성장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연간 노동시간이 무려 300시간이 더 많은 우리 현실에서는 ‘창조적 파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산업재해 같은 장시간 노동의 부작용을 줄이고, 일과 삶이 조화되는 사회, 삶의 질과 효율성이 모두 높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격인 ‘기본 사회’에 대한 구상도 연설문에 눌러 담았다. 그는 또 재생에너지 확대, 모태펀드 확충과 규제완화 특구 추진을 통한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도 함께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