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방지법’ 한계 뚜렷…차명거래·해외거래소 알기 어려워
권익위 전수조사 두고 여야 신경전 가속…“野, 정치적 쇼” 비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회의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가 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투기’ 논란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전수조사는 국회의원이 공무원으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여야는 모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차명 거래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전수조사의 한계도 뚜렷해 실효성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금 먹튀 의혹’ 휩싸인 김기현 아들, 가상자산 공개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김 대표가 전에 저보고 가상자산을 운운했던 것이 생각난다”며 “참 후안무치 하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원래 적반하장, 후안무치 전문이기는 하지만 김 대표도 역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문제에 대한 언급을 보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직격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현황을 아들과 같이 할 의향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법 절차에 따라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확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사실상 공개를 거부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가상자산 업계에 종사 중인 김 대표 아들과 관련해서는 투자금을 ‘러그풀(먹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양당 대표의 계속된 진실공방에도 사실 확인은 어렵다. 지난달 이뤄진 국회법 개정에 따라 의원들은 이달 말까지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함께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이번 조사로 국회의원 가족의 코인 보유 내역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개정안은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소유하고 있는 일정 금액 이상의 가상자산’을 등록하게끔 명시했지만, 이번 전수조사의 근거는 개정안 ‘부칙’이기 때문이다. 부칙에는 ‘의원 본인’만 등록하도록 되어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보유한 가상자산은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부터 적용된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항목에 ‘가상자산’을 명시했지만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리는 자녀의 경우 재산신고사항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김 대표의 아들 또한 지난 3월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에서 이미 독립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김 대표 아들은 대규모 코인투자 업체인 해시드의 자회사 ‘언오픈드’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곳은 최근 NFT 투자 프로젝트에서 투자금 먹튀 의혹에 휩싸였다. 김씨는 SNS에 자신이 업체 최고위급 임원이며 자신도 해당 NFT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권익위 전수조사 두고도 ‘기싸움’ 벌이는 여야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국민권익위원회 가상자산 전수조사다. 이번 전수조사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21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부터 결의안 의결 시까지 취득하고 보유한 모든 가상자산 현황과 변동 내역을 자진신고하고 권익위에 의원들의 가상자산 취득 및 거래 조사를 제안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국회법 개정에 따른 전수조사와 달리 시한이 없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조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피력하고 있지만, 책임 공방에 바쁜 모양새다. 선공을 날린 것은 민주당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67명 전원은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위해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모두 제출했다”며 국민의힘도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원내에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원칙적으로 권익위 전수조사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회의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 전수조사 때처럼 명의가 확실하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 같으면 참여하겠지만, 해외 거래소의 경우엔 조사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가상자산 특성상 해외 거래소에서 자료를 받기 어렵고, 거래소가 아닌 외부저장장치에 코인을 보관했다면 본인이 제출하지 않는 한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또 차명거래를 확인하려면 가족들도 조사가 필요한데, 의원들이 동의할지 미지수다. 권익위 조사에 수사기관과 같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사 자체가 늦어질 수 있고, 결과에 따른 사법처리도 지연될 수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 차원에서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라거나, 공지가 떨어진 것이 없었다”며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전수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제출이 조사 주체인 권익위가 아닌 당(원내)인 만큼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의원은 “민주당은 말로만 제출했다고 했지, 실제론 권익위에 제출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쇼”라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했던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당시 민주당은 투기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12명 중 비례대표로 탈당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양이원영, 윤미향 의원은 제명처리했고 나머지 10명 지역구 의원들에겐 탈당을 권유했다. 이중 김주영·문진석·서영석·임종성·윤재갑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했으나, 우상호·김수흥·김한정·김회재·오영훈 의원은 탈당을 거부했다.
하지만 탈당계를 제출한 5명 역시 탈당이 수리되지 않았고, 무혐의 확정 뒤 복당 절차를 밟은 의원은 양이 의원뿐이었다. ‘보여주기식’ 징계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