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기간 가계대출 잔액 24.4조원 감소
연체차주 중 취약차주 58.8%…전체 연체율 0.2%p↑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금리가 오르자 ‘빚 먼저 갚자’며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취약차주 빚은 오히려 불었다.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취약차주가 이자를 갚기 위해 새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 줄었는데, 취약차주 대출만 늘어
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취약차주 대출 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1년 전(93조6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취약차주 1인당 대출 잔액도 7495만원에서 7582만원으로 늘었다. 한은은 세 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취약차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전체 잔액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2021년부터 기준금리가 3%포인트나 오르고 대출 금리가 상승하자 가계가 빚을 갚는 ‘디레버리징’ 현상이 일어났다.
실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1845조3000억원으로 1년 전(1869조7000억원)보다 24조4000억원 감소했다. 1인당 잔액 또한 같은 기간 9376만원에서 9334만원으로 줄었다.
취약차주 대출 증가, 연체 대출도 같이 늘어
문제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 3중고를 겪는 취약차주의 대출이 늘면서, 대출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7%로 1년 전(0.5%)보다 0.2%포인트 올랐다.
특히 은퇴 후 수입이 적은 60대 이상의 상승폭이 컸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경우 지난해 1분기 0.4%에서 올해 1분기 0.6%로 상승했다. 40대와 50대는 같은 기간 0.5%에서 0.7%로 올랐고, 60대 이상은 0.6%에서 0.9%로 뛰어올랐다.
취약차주의 빚이 늘자, 금융기관 자산건전성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일반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8%로 6개월 전(0.23%)보다 소폭 상승했다. 비은행금융기관 중 저축은행·상호금융조합·여신전문금융회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4.64%, 2.94%, 1.50%로 6개월 전보다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말한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에 대해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취약차주로부터 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 발생한 신규 연체 차주와 신규 연체 잔액 중 취약차주는 58.8%, 62.8%를 차지했다. 게다가 이들 신규연체 취약차주중 39.5%는 새로 늘어난 빚이 연간소득보다 더 많아 연체채권이 고스란히 고정이하여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취약차주와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수 있어 가계대출 연체율도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며 “특히 지난 2020∼2021년 중 저금리 환경, 정책 지원 조치로 잠재돼있던 가계대출 부실이 현재화하고 누적돼 금융기관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