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넘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 등 특정 종목만 뛰는 양극화 장세가 심해지면서 이른바 포모(FOMO·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 증후군도 과열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인 만큼, 장기적으로 이익개선이 뒷받침되는 종목 위주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코스닥 PER 40배 다시 돌파=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코스닥 주가이익비율(PER)이 올 들어 다시 40배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23.2배 ▷올해 3월 28.81배 ▷5월 42.96배 ▷7월 47.47배 순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증시가 ‘V자’로 크게 반등하자 코스닥 PER은 62배까지 치솟다가 다음해 38배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증시도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23배까지 내렸는데, 올 들어 40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코스닥 평균을 웃도는 종목 수만 146곳(비중 19%)이다. 100배 이상은 지난해 45곳에서 63곳으로 18곳 늘었다. PER 30배가 넘으면 고평가를 의미한다던 워렌 버핏의 진단도 지금 국내 증시에선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가가 기업이익 대비 적정 수준인지를 알려주는 PER는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PER가 높으면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 수준이 높고 PER가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 통상 종목 PER가 고평가된 것은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는데도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간 영향이 크다.
▶2차전지만 오르는 장세…PER 양극화 심화=특히 종목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천스닥(코스닥 1000) 시대’가 열린 2021년 이후 30배 이하 PER 비중은 대체로 80% 안팎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선 30배 이하는 69.7%로 내려오고 30배 초과는 무려 30.3%까지 올라왔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000배 이상 기록한 종목만 6곳(11일 기준)이다. 나인테크(4405.37배), TPC(1990.63배), 대주전자재료(1531.67배), 창해에탄올(1220.49배), 인피니트헬스케어(1073.63배) 등이다.
현재 코스닥에서 가장 비싼 주식과 저렴한 주식 간의 PER(주가수익배율) 차이는 무려 1만7731배. 파인테크니스의 PER은 0.34배 수준이지만 2차전지 양극재 전구체 기업인 에코앤드림은 무려 6028.59배에 달한다.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 역시 688.26배, 에코프로비엠 121.25배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가 목표주가를 훌쩍 뛰어 넘으니 증권사들도 명확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에코앤드림에 대해 지난 6월 ‘투자의견 없음’(Not Rated)’로 변경한 상태다. 최근 3개월간 에코프로 보고서를 낸 곳도 2곳에 그친다.
개인투자자들이 고평가 PER주를 집중 매수하면서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PER 500을 넘은 11곳을 살펴보면, 개인들은 총 1조7799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8억3771만원, 8억9809만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은 11곳 8곳에서 순매수세를,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곳(125억원), 5곳(424억원) 사들이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개인이 에코프로를 순매수한 규모만 1조7202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포모’ 현상을 경계하며 장기적으로 이익개선이 지속되는 종목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히 올해 시장은 2차전지와 같은 주도주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보니 오르는 종목만 계속 오르는 그림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안에서도 실적이 제대로 뒷받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기대감만으로 너무 많이 오른 종목은 또 한 번의 옥석 가리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 2차전지라도 소재든 셀이든 성장세를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