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포트폴리오 분산해야”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2차전지주가 상반기 이어 하반기에도 증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그룹주의 거래대금 비중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전체의 각각 15~22%에 달할 정도로 ‘2차전지 신드롬’이 불고 있는 가운데, 각 증권사 지점에는 2차전지 종목 주가가 앞으로 오를지, 지금 사도 되는지 등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전 ‘닷컴버블’보다는 2차전지주의 실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극단적인 쏠림이 위험하며 지속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8일 2차전지주의 급반등은 데드캣바운스(Dead Cat Bounce,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잠깐 반등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POSCO홀딩스(1조7700억원)와 포스코인터내셔널(4500억원)의 일평균 거래대금 합산 금액은 2조2000억원으로 코스피 829개 종목 일평균 거래대금(14조1000억원)의 15%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1조5000억원)와 에코프로비엠(1조3000억원)을 합친 거래대금은 2조8000억원으로 코스닥 1636개 종목 일평균 거래대금(12조9000억원)의 22% 수준이다.
현재 2차전지주에는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공매도를 한 외국인, 이에 대해 반발하며 더 많은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 평가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공매도를 청산하는 쇼트 스퀴즈 움직임, 상승장에서 뒤처지거나 소외된 것 같은 두려움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느끼는 투자자 등 수많은 변수가 뒤엉켜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분석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예전의 ‘닷컴버블’이나 바이오주 열풍보다는 2차전지의 실체가 명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극단적인 2차전지 쏠림이 위험하며,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숫자(실적)’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최근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실적 전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실적 기대치의 변화는 없는데 주가가 먼저 움직인 모양새”라며 “시장이 언제쯤 안정화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숫자를 보면 2차전지 말고 다른 산업을 사라는 신호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급등세를 지속해 가던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26일 급락세로 반전했다가 28일 반등세가 나타났지만, 이틀간 급락을 감안할 때 데드캣바운스일 가능성이 크다”며 “반등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더라도 2차전지 소재주들로의 과도한 쏠림현상의 후폭풍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주의 급변동에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로를 느끼는 만큼, 향후 수급의 주도권이 외국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고변동성 장세로 인해 올해 이차전지 급등의 주역인 개인 투자자들이 며칠 전까지 느꼈던 FOMO의 감정들은 피로감으로 바뀔 수 있다”며 “피로감에 증시를 이탈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날수록 수급의 주도권은 다시 외국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 최근과는 완전히 다른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