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국내 패션·뷰티기업들이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MLB’를 전개하는 F&F,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등을 비롯한 패션기업들은 중국에서 호성적을 받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전통 뷰티 강자’들은 여전히 좋지 않은 현지 실적 속에 탈중국에 주력 중이다.
패션·뷰티기업이 성적이 중국 시장에서 극명히 갈리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더 이상 ‘K-브랜딩’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과 중국 소비층의 변화 때문이라는 두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中시장 실적…F&F·브랜드엑스 ‘호조’ vs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저조’
1일 업계에 따르면 MLB를 전개하는 F&F의 중국법인 매출은 14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1% 뛰었다. 홍콩법인은 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당초 제시한 중국 매출 목표치보다는 소폭 하회했지만, MLB의 중국 공략 의지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F&F는 올해 중국 내 MLB 매장을 1150개까지 확대하고, 내년 초까지 신규 브랜드 ‘듀베티카’ 매장 23개, ‘수프라’ 매장 25개를 오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엑스도 올해 4월 중국 상하이에 첫 깃발을 꽂으며 중국·대만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2분기 중국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인 200% 성장했다. 하반기에는 중국 내 물량 공급을 위해 현지 생산을 준비 중이다.
반면 각각 ‘후’와 ‘설화수’로 중국을 휩쓸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2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매출액은 1조3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 109억원에서 흑자전환한 것이 위안이 될 뿐이었다. 중국 매출은 상하이 봉쇄로 최악의 실적을 보인 지난해 2분기에 대한 기저 효과로 개선됐으나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한때 60%까지 웃돌던 중국 시장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51.5%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42%까지 급락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시장 부진으로 2분기에도 고전했다. 영업이익은 15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1% 줄었으며 매출액은 1조8077억원으로 3%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타격을 입었던 중국 매출은 3.4% 더 하락해 1891억원까지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최근 탈중국에 나서며 국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 패션·화장품기업의 중국 시장에서 행보가 엇갈린 것에 대해 업계는 K-브랜딩과 중국 내 부유층 소득 증가를 원인으로 꼽는다.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내수 시장이 침체되자 중국에서는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한국 화장품으로 브랜딩한 후와 설화수를 더 이상 중국인들이 찾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팬데믹 상하이 봉쇄 등 화장품 수출입이 막히면서 한국 제품을 사용하던 중국인도 자국 화장품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화장품은 다른 제품군보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만큼 변화된 소비 행태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또 중국 내 소비층이 성장하면서 한국 프리미엄 화장품 대신 에스티로더, 크리스챤 디올 등 명품 화장품으로 옮겨간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MLB’ 등 K-패션, ‘신명품’ 우뚝…K-뷰티는 현지 애국소비·명품 ‘이중고’
반대로 ‘K-패션’을 떼고 글로벌 신명품 브랜드로 이미지를 구축한 국내 패션 기업은 승승장구 중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F&F의 MLB다. MLB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전개해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신명품 전략의 일환으로 MLB는 중국에서 10~30%가량 높은 수준의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 수준 향상과 애국 소비 열풍으로 기존 중국 뷰티 시장 플레이어들이 타격을 입은 반면, 중국 시장에 갓 뛰어든 기업들은 새로운 브랜딩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