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8월 CPI 발표
전년대비 3.6% 증가 전망. 근원 CPI는 둔화 예상
다음주 FOMC 앞두고 연준 긴축강화 여부 시험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진정세를 보였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 물가의 재상승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이번주 발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표에 따라 국내 증시가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번 주(11일~15일) 뉴욕 증시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애플의 신형 아이폰 출시 이벤트에 조정 압력이 커질지 주목된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3대 지수는 소폭 반등했으나 한 주간 1~2%가량 하락하며 약세 흐름을 보였다.
최근 들어 경제 지표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이 긴축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기대로 올랐던 주가지수가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다음 주 19~20일 예정된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이번 주 13일 나오는 소비자물가(CPI) 지표가 연준의 긴축 기조를 강화할지 주목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8월 물가가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가 이미 7월부터 빠르게 오름세를 보인 데다 이달 들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배럴당 87달러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원유는 다양한 부문에 원자재와 연료로 사용돼 기업과 가계의 비용을 높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8월 CPI가 전달보다 0.6% 올라 지난 7월의 0.2% 상승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1.2%)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8월에는 휘발유 가격만 1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8월 CPI는 전년 대비로는 3.6% 올라 7월의 3.2% 상승을 웃돌 뿐만 아니라 5월(4.0%) 이후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달보다 0.2% 오르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4.3%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달 기록한 0.2% 상승과 4.7% 상승과 비교해 전년 대비 수치가 둔화하는 것이다.
근원 CPI가 둔화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신호지만,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간접적으로 근원 CPI의 다른 품목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근원 CPI 역시 유가가 오르면 빠르게 둔화하지 않을 위험이 커진다. 근원 CPI가 여전히 4%대로 연준의 물가 목표치 2%의 두 배 수준이라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거둬들일 유인은 여전히 약하다.
오는12일에는 애플의 신형 아이폰 출시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미국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애플의 주가는 최근 중국 당국이 공무원들에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는 소식에 이틀간 6% 이상 하락했다. 애플의 이러한 위기는 중국 화웨이의 신형폰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데 나와 이번 애플의 이벤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애플이 아이폰15를 통해 위축된 투자 심리를 되살리지 못할 경우 애플은 물론 미·중 갈등으로 기술주 전반이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애플의 주가는 올해 들어 37% 이상 올랐으나 7월 고점 대비로는 10%가량 하락했다. 애플의 S&P500 지수 내 비중은 7%를 웃돈다.
애플 이전에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중국 내 칩 판매가 영향을 받았으며 테슬라는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어 미·중 갈등이 악화하면 중국 내 영업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중 긴장이 심화할 경우 올해 강한 상승세를 보여온 기술주들이 모멘텀을 상실한 위험이 커진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수요 등 증시와 관련한 거시 경제 여건에 큰 변화가 없으나 개별 기업들의 위험이 증시 잡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증시 전반에 다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지수는 약보합 흐름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