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한 해 국내 증시를 이끈 것으로 평가되는 2차전지 관련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2차전지 주원료인 리튬 가격 하락이 장기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 속에 중국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 확대, 독일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2차전지주 약세에 베팅한 상장지주펀드(ETF)가 출시 초반 대박을 기록한 데다,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의 주가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2차전지 관련주의 추가 하락세를 점치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 약세…배터리셀株까지 ↓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2차전지 소재주인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5.1% 하락한 9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 지위를 반납한 이후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인 셈이다. 에코프로는 전날 장 초반 2.04% 오르며 100만원 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하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 에코프로비엠 역시 전날 장 초반 2.41% 오른 29만7000원까지 상승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전날 대비 4.31% 내린 27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 그룹주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포스코홀딩스가 4.21%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포스코퓨처엠(-2.58%), 포스코인터내셔널(-3.16%), 포스코엠텍(-4.14%) 등도 약세를 보였다.
소재주가 아닌 배터리셀 업체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모두 직전 거래일 대비 1.67%, 2.62%, 0.54%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리튬價 하락·LFP 배터리 채택률 상승 악재로
2차전지 관련주가 최근 하락 전환한 데는 리튬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탄산리튬 t(톤)당 가격은 2만7000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리튬 매입 때보다 가격이 하락하면 배터리 업체 수익성이 악화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 대신 중국 기업이 양산 중인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 역시 국내 2차전지 관련주에는 리스크 요인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산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주가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호흡에서의 접근이거나 선별적인 종목 선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전기차 판매의 성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나 중국산 2차전지 채택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국내 업체의 단기 실적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2차전지 인버스 ETF에 하루에만 250억원 몰려
전반적인 투자 시장 분위기가 2차전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전날 상장한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 ETF의 개인 순매수액은 249억4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동시 상장한 ‘KBSTAR 2차전지TOP10’ ETF의 개인 순매수액은 3억4500만원에 그쳤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이 ETF에 개미들이 투자한 금액보다 하락을 예상하는 ETF에 투자한 규모가 70배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전체 거래대금도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가 693억5800만원을 기록해 ‘KBSTAR 2차전지TOP10’(100억7900만원)의 7배 수준이었다.
국내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인버스 ETF가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부 2차전지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내 2차전지주에 대한 투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테슬라 주가까지도 12일(현지시간) 증시에서 2.23% 하락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2차전지주들의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매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진단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와 배터리 가격 하락이 내년 전기차(EV) 가격 인하로 이어져 올해보다는 EV 수요가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리튬 가격 역시 4분기부터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연말 2차전지 소재 및 배터리 업체들의 신규 수주 및 증설 발표도 주가 반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