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최근 ‘돌연’ 동반 하한가를 기록해 거래정지됐던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거래 재개 첫날 다시 하한가로 추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들어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의 빚투(빚내서 투자) 비중이 늘어난 만큼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이 다른 주요 증권사들과 달리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의 ‘빚투’ 빗장을 뒤늦게 잠그면서 키움증권발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영풍제지·대양금속, 거래재개 직후 ‘하한가’=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이날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날 오전 10시 33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영풍제지는 가격 제한 폭(29.94%)까지 하락한 2만3750원에 거래 중이다. 영풍제지는 개장 직후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VI는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변할 때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제도다.
앞서 영풍제지는 올해 들어 주가가 730% 오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 18일 유가증권시장 개장 직후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지더니 오전 9시 12분께 하한가에 도달했다. 영풍제지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대양금속도 같은 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하한가에 진입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튿날부터 거래를 중단하고 이날 거래를 재개하도록 했다.
▶미수금 폭탄 맞은 키움증권=특히 키움증권발 반대매매 우려가 크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위탁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는데, 거래재개와 함께 그동안 청산하지 못했던 주식 강제 처분에 나설 계획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대표적인 ‘빚투’인 미수거래를 할 때 주식을 산 날을 포함해 3거래일 안에 대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선 키움증권의 허술한 리스크 관리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은 올 8월까지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의 ‘빚투(빚내서 투자)’를 차단하는 조치를 선제 시행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는 일찍이 증거금률을 100%로 올리고 신용거래를 막았는데, 뒤늦은 조치로 사실상 문제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키움증권 창구에서 이 두 종목에 대한 거래가 활발했다. 연초 이후 영풍제지 증권사별 주문 현황을 살펴보면, 키움증권(순매수 3963억원)과 달리 미래에셋증권(-736억원), 한국투자증권(-553억원), 교보증권(-319억원), 삼성증권(-318억원) 등은 모두 '매도' 물량이 많았다. 같은 기간 대양금속 역시 키움증권(순매수 99억원)에서 가장 많은 순매수 주문이 이뤄졌다. 반면, 신한투자증권(-25억원), 하나증권(-14억원) 미래에셋증권(-14억원) 등은 매도 주문이 잇따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거래정지 직전 영풍제지의 미수거래 증거금률은 40%로, 미수금이 모두 하한가 기록 전날인 10월 17일 종가(4만8400원)로 체결됐다고 단순 가정하면 주가 하락률이 증거금률을 초과하는 2만9400원 이하로 하락하는 시점부터 미수금 관련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