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당시 통합당·미래한국당 충돌

한선교→원유철 교체·공천 번복 혼란도

야권 비례정당 협상 관건은 녹색정의당

위성정당 창당 진통, 與 ‘한선교 트라우마’…野 ‘지분 갈등’[이런정치]
정영환(오른쪽)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경기·인천·전북지역 단수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신현주·양근혁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추진 중인 비례위성정당이 창당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4년 전 이른바 ‘공천 쿠데타’를 일으켰던 ‘한선교 트라우마’가, 야권은 세력 간 비례대표 배분을 얼마나 가져가는가에 대한 ‘지분 싸움’이 그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위성정당에 대한 물음에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했다면 명함도 못 내밀 과격한 인사들이, 누가 봐도 종북적 과격한 인사들이, 조국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지 않나”라며 “(위성 정당은) 그런 걸 막기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정치적 성향이나 의미를 담는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힘이 비례 공천을 했을 때와 같은 효과가 나는 게 그 정당을 운용하는 의미”라며 “협잡과 꼼수를 막기 위한 도구이고, 도구 역할에 충실한 방식으로 구성해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창당대회를 이달 23일로 순연했다. 이같은 숨고르기에는 ‘현역의원 배분’ 문제와 ‘위성정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위성장당 창당을 반대해 오던 국민의힘이 이제 막 비례연합정당 논의를 시작한 더불어민주당보다 앞서가면, 되려 여론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단 계산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뒤 위성정당에 합류할 현역의원 명단을 추릴 예정이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과 위성정당이던 미래한국당 간 공천 갈등이 불거졌던 점 역시 당 내부에선 고민 중 하나다. 한선교 초대 미래한국당 대표는 지난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영입하고 전권을 준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정면충돌했다. 한 전 대표가 미래통합당 영입 인재를 당선 가능성이 낮은 뒷순번으로 배치하면서다. 이후 미래한국당 대표는 원유철 전 의원으로 교체됐고, 공천 명단 발표 또한 번복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위성정당 창당 진통, 與 ‘한선교 트라우마’…野 ‘지분 갈등’[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반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야권이 함께 추진 중인 ‘통합형 비례정당’의 경우, 비례대표 후보 배분 문제에 대해 아직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4·10 총선용 통합형 비례정당을 구성하기 위해 제안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민주연합추진단)은 이날부터 물밑 협상을 진행한다. 민주당은 새진보연합·진보당과 시민사회단체인 연합정치시민회의 등 각 세력과 지역구·비례대표 후보 연합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보유 의석수와 각 정당 간 지지율 차이가 큰 만큼, 민주당과 소수정당 간 비례대표 순번에 대한 ‘지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는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의석을 ‘번갈아 배치’하는 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비례대표 앞뒤 순번 배치를 놓고 세력 간 싸움을 최소화하고 소수정당 의석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다. 반면 민주당 측 협상자인 진성준 의원은 정당 지지율을 고려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정당의 지지율을 배제한 채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 소수정당이 과잉 대표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당초 민주당이 함께 선거연합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던 녹색정의당의 참여 여부도 주목된다. 녹색정의당은 녹색당 중앙당과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발 위성정당에 참여할 수 없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어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당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선거연합 찬성파인 배진교 의원은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했다.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은 녹색정의당에게 돌아오는 주말까지 참석 의사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녹색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까지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모을지 정하고 주말까지는 당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