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사에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창당대회
국민의힘 현역의원, 29일 이후 국민의미래 넘어갈 듯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창당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한식구’라는 당 기조에 따라 국민의미래 지도부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대신 당직자가 선임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행한 탓에 꼼수 창당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이지만, 떳떳할 이유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국민의미래 창당대회에서 “앞으로 국민의미래 선거운동을 제일 앞장서서 하게 될 한동훈”이라며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바이다. 사실상 다른 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미래를 통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우리 국민의힘의 이름으로 전혀 부끄럽지 않을 사람만을 사심 없이 엄선해 국민에게 제시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외부적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창당대회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됐다. 통상 당 비대위 회의가 진행되고 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식 기구의 브리핑 장소로 활용되는 곳이다. 국민의미래 당사는 국민의힘 중앙당사 안에 마련됐다.
창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도 한 위원장이었다. 당 지도부가 선출되는 창당대회였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한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을 지켜본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상 한 위원장을 보려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며 “현역의원이 한 명도 안 오는데 이렇게 사람이 몰릴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했다.
국민의미래에 합류한 현역의원은 아직 ‘0명’이다. 당내에서는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 이후 본격적으로 현역의원들의 합류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총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들부터 차례대로 당적을 변경할 예정이다. 김예지, 윤주경 의원 등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미래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미래가 ‘실무형’으로 만들어진 데에는 한 위원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고 한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등 존재감 있는 인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한 위원장은 꾸준히 ‘존재감 없는’ 위성정당 지도부를 고집해왔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는 전했다. 국민의미래가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만약 인 전 위원장 같은 사람이 국민의미래 지도부로 왔다면 한 위원장의 그립이 약해졌을 것”이라며 “총선까지 본인의 힘을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미래 창당이 불가피한 결단이었다고 하더라도 위성정당은 위성정당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승적 결단 측면에서 위성정당 창당 방침을 철회할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에 “그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최강욱, 조국, 윤미향, 김의겸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정당이 (의석을) 다 가져가게 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이상한 정치공학을 선거제에 반영한다면 우리도 거기 맞춰서 뛰어야 하는 것”이라며 “위성정당 준비에 대해 당직자한테 ‘떳떳하게 준비하고 병립형보다 낮은 의석수를 갖지 않도록 준비하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도 만든다는 것은 지난 총선 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논리”라며 “한 위원장이 국민의미래 공천에 본인 사심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우리당 비례대표들이 (국민의미래로) 넘어가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있지 않냐. 한 위원장 의중이 아니면 뭐겠냐”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아무리 민주당 때문이라지만 위성정당 창당이 이렇게 떳떳한 일은 아니다”며 “대놓고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창당대회를 하고 대놓고 당직자를 대표로 임명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