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주축 임종윤·종훈 형제 연대
KKR·베인캐피탈 등 FI와 조건부협의 이어가
사실상 경영권 거래 귀결 전망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판단도 관건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을까. 겉으로는 모녀와 형제가 화합하는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주축으로 연대한 두 아들의 의중에 오너십 변화 향방이 달렸다는 관전평이 나오는 이유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및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을 두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탈 등 복수의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각각 개별 협상에 나섰다.
이들 재무적투자자(FI)는 이른바 ‘조건부협의’를 이어왔다. 지난주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를 전제로 한 협의다. 두 아들이 표 대결에서 이길 경우, 신 회장(12.15%) 및 임종윤(12.12%)·종훈(7.2%) 형제 보유지분 일부를 OCI가 투자하려던 단가보다 비싸게 사겠다는 게 골자다.
초창기 FI가 제시하던 주당 매입단가는 5만원~6만원 선으로 파악된다. 주당 3만7300원 선이었던 OCI 매입예정 금액보다 60% 내외 프리미엄을 더 얹은 셈이다.
신 회장을 필두로 FI와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형제 측은 특정한 운용사에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카드 여러 장을 손에 쥐고 협상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여러 협상 주체가 보다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기 위한 수 싸움이 한창인 분위기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영권 거래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본다.
FI가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한 오너일가에 자금줄 역할을 해준 이후, 단계를 밟아 한미사이언스 지배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심의위원회 구조상 경영권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건 부의 및 통과가 불투명하다.
다만 당장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지분을 매입하기보다는 신주를 섞어서 거래 구조를 짤 것으로 보인다. 신약개발 투자금을 회사에 유입시키고 두 아들에 일정기간 경영권을 보장해 준 이후, 주주간약정에 따라 FI가 전환권 등을 행사하는 형태에 무게가 실린다.
IB업계 관계자는 “전환·교환사채 등 형태로 PEF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 수년 내에 경영권이 바뀔 수 있는 판이 짜일 것”이라며 “거론되지 않은 국내외 PEF도 거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미약품 등 핵심 계열사의 성장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한 임종윤·종훈 형제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연부연납 형태로 상속세를 납부해 온 두 아들은 아직 940억원 상당의 상속세가 남아있다. 이미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서 받은 대출이 만기 도래한데다가 추가 차입 여력 또한 희박하다.
남은 관심사는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의 판단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4일 이사회를 거쳐 차남인 임종훈 사내이사를 모친 송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해둔 상태다. 표면상 화합을 택해 갈등 봉합에 나선 모양새지만, 송 회장은 신 회장을 주축으로 연대한 두 아들의 움직임에 줄곧 반대 의사를 보여왔다. 다만 송 회장·임 부회장 잔여 상속세가 약 1700억원에 달해 뾰족한 수 마련이 필요한 것은 두 아들과 마찬가지다.
때문에 앞서 복수의 FI는 송 회장(12.56%)·임 부회장(7.29%)에도 접촉해 한미사이언스 보유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임종윤·종훈 형제가 확보한 우호 지분은 40.57% 상당이다. 향후 FI 측에서 주요지분 확보를 위해 한미사이언스 주식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