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의욕적으로 시행 중이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하며 관련주가 11일 장 초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29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2.89% 하락한 6만7100원에 거래 중이다. 우리금융지주(-2.88%), 하나금융지주(-2.24%), 메리츠금융지주(-2.21%) 등 다른 금융지주주도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4.58%)과 삼성화재(-4.24%) 등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던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보험주 역시도 급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주가가 빠른 속도로 올랐던 키움증권(-4.46%)과 같은 증권주도 가파른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밸류업 기대감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총선 결과에 따라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주 소각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이는 등의 세제 혜택을 예고해왔으나 여당의 총선 참패로 법 개정 등에 난관이 예상돼 기대감이 크게 줄었다.
김영환·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에 대해서는 수정·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야권을 설득할 수 있는 교집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정책의 모멘텀 상실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밸류에이션이 받쳐주는 자동차, 배당 수익률이 높은 은행주는 기댈 구석은 있어 조정 폭은 제한적이겠으나 유틸리티, 지주, 보험 등 밸류업 기대감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업종은 조정세가 더 이어질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다만, 호실적 등으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받쳐주는 자동차 대표주의 경우 하락세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같은 시각 현대차, 기아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19%, 0.93% 오른 23만3000원, 10만9000원에 거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야권의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프로그램의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총선 결과가 밸류업의 연속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 내 주식투자자 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은 초당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판단한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힘들더라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강화, 일반주주 보호 강화 등 소액주주 권리 향상 정책 등 밸류업의 핵심 내용들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