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까지 금리인하 없을 수도”…‘엔비디아 -4%에 美증시 ↓’ 코스피 급락 신호탄? [투자360]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연초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끌었던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변화) 기대감이 급격하게 식고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로 밀렸던 첫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이 내년 1분기까지 후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각국 증시 주요 지수엔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리에 민감한 대형 기술주의 약세로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증시 역시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끊어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동결 확률 5월 FOMC 96%·6월 FOMC 83.1%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5.66포인트(0.12%) 하락한 37,753.31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9.20포인트(0.58%) 하락한 5,022.21을, 나스닥지수는 181.88포인트(1.15%) 하락한 15,683.37을 나타냈다.

미국 증시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은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장기화에 따른 금리인하 지연을 시사한 점이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공개행사에서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적인 진전의 부족을 보여준다”며 연준이 금리를 더 늦게, 더 적게 내릴 것이란 월가의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연준은 이날 오후에 발표한 4월 베이지북에서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경제 활동은 2월 말 이후 약간 더 확장됐다”며 연준을 구성하는 12개 지역 중 10곳에서 약간(slight) 혹은 완만한(modest) 경제 성장이 있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 연준이 2025년 3월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BoA의 스티븐 주노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1회만 인하할 가능성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6월이나 9월조차도 금리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이 확산되거나 이로 인해 유가가 급등할 경우에도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이 불가피할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미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6%로 봤고, 6월 FOMC에선 83.1%로 높게 전망했다. 7월 FOMC에서도 동결할 가능성이 54.8%로 25bp(1bp=0.01%포인트) 하향 조정 가능성(39.1%)보다 높았고, 9월 FOMC 조차 동결 가능성이 28.5%에 달했다.

엔비디아 -3.9%·‘어닝쇼크’ ASML -7%…반도체株 된서리

금리 인하 기대 후퇴의 직격탄은 미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술주들이 받았다.

인공지능(AI) 관련주 강세를 주도했던 엔비디아가 3.9% 급락한 가운데 다른 대형 기술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아마존닷컴은 -1.11%, 메타플랫폼(페이스북)은 1.12% 하락했고, 애플도 0.81% 주가가 내렸다.

테슬라도 1.06% 하락했다. 이날 테슬라와 관련해서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560억 달러(약 77조원)에 달하는 보상 패키지를 제공하는 안에 대해 다시 주주 투표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만에서 5.1 규모의 지진이 또 발생하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ADR은 0.5% 하락했다.

미 증시 주요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날 3.25% 하락한 4567.31을 기록했다. AMD가 5.78%나 하락한 가운데, 올해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ASML 주가는 7.09% 하락했다. 이밖에 브로드컴(-3.49%), 마이크론(-4.47%) 등 주요 반도체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블루칩 데일리 트렌드 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전략가는 CNBC에 “지난 5개월간의 시장보다 좀 더 조심스러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韓 증시 반도체 매물 출회 주의 要”

전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도에 1% 가까이 하락하면서 약 70일만에 2600선을 내준 채 마감했다. 전날 대비 25.45포인트(0.98%) 하락한 2584.18을 기록하면서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34억원, 2023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15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기관은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2주째 코스피에서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선물 시장에서도 4099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에 베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3월 물가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한 가운데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까지 더해져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 속에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 급등 우려에 따른 구두개입 발언으로 환율은 진정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18일 한국 증시 역시 미국발(發) 찬바람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 지수가 0.5~0.8%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석환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개입과 한미일 공조 영향으로 안정화가 기대되지만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에서는 ASML발 반도체 매물 출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월간, 연간 기준으로 반도체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종가 기준 ‘8만전자’가 무너진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 역시 관심사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8%(1100원) 떨어진 7만89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7만전자’로 내려선 것은 지난달 27일(7만9800원) 이후 14거래일 만이다.

전날 하루에만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145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 역시 168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고, 개인 투자자가 1604억원 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모양새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세를 보았을 때 삼성전자의 주가는 다시 상승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업황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도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15~20%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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