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이후 주가 8% 넘게 하락
실적영향 제한 분석에도 주주들 불안
감사질의에 민희진 “드릴 말씀 없다”
하이브 30일 이사회 예정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단체 고소 안하나요? 주주분들 그냥 넘어 갈건가요?’ (지난 24일 하이브 종목토론방)
이번주 하이브와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하이브의 주가가 급락, 하이브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실적이나 사업에 관련된 이슈가 아닌 경영자 사이의 지배구조 요인이 주가에 큰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이브의 주가는 21만1000원을 기록, 이번 분쟁 소식이 알려진 이후 지난 19일 대비 8% 넘게 하락했다. 이 기간 중 하이브 시가총액은 8120억원이 감소했다. 증권가는 이번 분쟁이 하이브의 실적에 끼칠 영향을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주주들은 갑자기 맞게 된 주가 하락에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3일 종목 보고서를 내고 올해 하이브의 영업이익 추정치에서 어도어의 영업이익 기여도를 14%로 추산하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하이브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도어 소속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3개 앨범(5월 싱글, 6월 일본 싱글, 하반기 정규)과 일본 도쿄돔 공연 2회 계획을 감안해 하이브 전체 영업이익에 대한 자회사 어도어의 기여도를 이 같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작년 하이브 내 어도어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11%였다"며 "참고로 내년의 경우 BTS의 완전체 활동이 재개되는 만큼 그 기여도가 더욱 줄어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컴백을 목전에 앞둔 뉴진스 멤버들의 거취와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요계에서는 하이브가 '알짜 IP(지식재산권)' 뉴진스와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당장 큰 변화는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멤버들이 평소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엄마'로 따르는 등 강한 유대감을 공유해 왔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가요계에 따르면 뉴진스는 다음 달 컴백에 앞서 각종 콘텐츠를 줄줄이 공개한다. 당장 오는 27일 신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다음 달 24일에는 새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를 발매한다. 5월에는 이와 별개의 또 다른 신곡 '라이트 나우'(Right Now)를 한국과 일본의 광고 음악으로 먼저 선보인다. 6월 21일에는 '슈퍼내추럴'(Supernatural)과 '라이트 나우'가 수록된 일본 정식 데뷔 싱글을 발매한다. 뉴진스는 6월 26∼27일 일본 도쿄 돔에서 대규모 팬 미팅도 열며, 하반기 새 앨범과 내년 월드투어도 계획 중이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돌입했지만 '아티스트 뉴진스'는 최대한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사내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불안한 마음 갖지 마시고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또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들을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속해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확고한 하이브 특성상 뉴진스 활동 관련 권한은 전적으로 소속 레이블 어도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가 이런저런 사항을 전해오기 전까지 본사 하이브도 알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현재까지 뉴진스의 컴백 활동과 관련해 일정 변경 등은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보낸 감사 질의서 답변 시한인 지난 24일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는 관련 질의에 "답변을 외부에 공개할 시 법률적 조치로 강력히 대응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하이브 측 어도어 감사는 지난 22일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고, 다음 달 30일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어도어 이사진이 불출석 하는 상황 등으로 인해 이사회 성립이 되지 않으면 하이브는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낼 예정이다.
법원 결정은 신청 후 4∼5주 가량 뒤 내려질 전망이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당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이 통지되고, 15일 뒤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열린다. 하이브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민 대표 등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고 신규 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진 이사회에서 곧바로 새 대표이사가 선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