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계화·반중국·반친환경’ 트럼프…보호무역주의 강화할까
韓에 보편관세 10% 부과 땐 21조원 증발
韓 방위비 분담금 관해선 “더 큰 기여 바란다”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할 경우, 한반도를 비롯한 다른 동맹국 정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동맹국에 대한 ‘관세·방위비’ 모두 인상하겠다”=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반세계화·반중국·반친환경’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압박하고, 전기자동차와 이차전지에 대한 세금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되려면 상·하원까지 모두 공화당이 장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다각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 보호에 대해 말하면서 동맹에 관해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의해 이용당해 왔다”면서 “이런 나라들이 소위 동맹국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할 경우 1기 때처럼 아시아나 유럽 등 방위비 문제에 있어서 고강도 인상 압박이 있을 것이란 의미다.
▶韓에 보편관세 10% 부과 땐, 21조원 증발=또 무역 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했다. 트럼프 캠프의 ‘주요 타깃 무역 적자국’ 목록에 한국이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한국은 2022년 9위(439억달러)로 10위권에 들었고, 지난해는 8위(514억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에도 자동차산업 적자 등을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한 전례가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고, 친환경차 수출 증가 등으로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트럼프 캠프는 평균 3%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보편관세 10%를 한국에도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152억달러(약 2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중국을 상대로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 지원으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고, 이젠 보조금까지 가져가려 한다”며 “대만은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험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하며, 방위비와 TSMC를 묶어 거론했다. 당시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미국에서 받게 될 보조금에도 같은 말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비즈니스’로 접근=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도 청구서를 피해갈 수 없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국방비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러시아가 침략하도록 두겠다는 취지로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지난 17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더 이상 무임승차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국이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부담을 나누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지 인터뷰에서는 한국에 대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재집권 시 다시 기용될 가능성도 거론된 인물인 만큼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중 무역 제재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그대로 이어갔으며 이전 임기에서 설정한 중국 관세를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중국 전기차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중국산 수입 제품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1기 시절보다 더 강한 미·중 통상 분쟁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