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다음 달 출시 목표로 막바지 작업
선급 승인 단계만 남아…탱커선 등에 설치
한화, 삼성중공업 등과 손잡고 연구개발 진행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HD현대와 한화의 선박 엔진 분야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HD현대가 이르면 올해 9월 세계 최초로 선급 승인을 받은 암모니아 엔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화도 HD현대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암모니아 연료 힘센엔진(H22DF-LA)’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힘센엔진은 HD현대중공업의 선박용 중형엔진 브랜드이다.
암모니아 연료 힘센엔진은 이중연료(Dual-Fuel) 엔진이다. 선박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디젤과 암모니아 중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엔진은 현재 선급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선급 승인은 선박, 선박부품 등이 선급협회에서 제시한 규정에 만족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선급 승인을 받아야 제품은 완전히 상용화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암모니아 연료 힘센엔진은 세계 최초로 선급 승인을 획득한 암모니아 엔진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암모니아 연료 힘센엔진은 선급 승인을 마친 후 탱커선 등에 주로 설치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이 암모니아 엔진을 선보이는 것은 탈탄소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함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0% 저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주사들은 IMO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등장한 해결책이 바로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다른 연료들과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암모니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HD현대가 목표한 대로 제품을 출시할 시 글로벌 선박 엔진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쟁사인 한화엔진은 HD현대중공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암모니아 엔진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엔진은 암모니아 엔진 개발을 위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 손을 잡았다. 한화엔진 관계자는 “연구개발 단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와 HD현대 간 엔진 시장 주도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친환경은 물론 스마트십 등 새로이 등장하는 선박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신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한화엔진의 경우 한화그룹이 올해 2월 선박용 저속엔진 세계 2위 기업인 HSD엔진(현 한화엔진) 인수를 완료하면서 출범했다. 한화가 HSD엔진을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2300억원이다.
이에 뒤질세라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813억원을 투자해 STX중공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STX중공업 사명은 HD현대마린엔진으로 바뀌었다. HD현대는 HD현대마린엔진 출범을 계기로 엔진 사업을 새롭게 재편했다.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선박 엔진 생산을 맡고 HD현대마린엔진과 HD현대엔진은 각각 중소형 선박 엔진, 발전용 엔진 양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글로벌 선박엔진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이 점유율 35%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엔진은 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STX중공업(점유율 5%) 인수 이후 HD현대 점유율은 40%까지 상승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엔진은 선박에서 심장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품”이라며 “엔진 신기술 확보 여부는 한화와 HD현대의 선박 건조 사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