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LG엔솔 실적발표서 하이브리드 언급
국내외 판매량·배터리 탑재량 동시에 증가세
“하이브리드용 배터리, 공장 가동 늘려 좋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전기차 업계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배터리업계의 이른바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 보릿고개’ 시기를 넘을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HEV·PHEV 포함)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 탑재량이 순수 전기차(BEV)에 비해 적어 배터리 업계의 관심 후순위를 차지했지만, 소비자들의 선호 현상이 이어지자 업체들의 시각도 전향적으로 변한 것이다.
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김경훈 SK온 CFO는 지난 1일 열린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중 영업이익 BEP 달성을 위해 전사적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SK온은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탑재량 Top 3 플레이어로서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 나가며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글로벌 정세 불확실한 부분 많고 미국 대선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라 OEM도 속도 조절 중”이라면서 “단기간으로는 하이브리드 판매가 지속될 거 같다”고 전망했다.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전망에서 하이브리드가 언급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다.
관련 시장은 점차 확대돼 가는 추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올 상반기 국내 HEV(상용차 제외) 신차 등록 대수는 18만7903대로 전년동기대비 24.3% 증가했다. 전체 신차 등록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2.9%였는데, HEV 등록 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반기기준 이번이 처음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소비자들이 경제성을 선호하면서 더욱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차가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기차처럼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PHEV차량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유럽,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PHEV 대당 배터리 탑재량은 모두 15㎾h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은 2023년 기준 PHEV 평균 배터리 탑재량(24.7㎾h)이 BEV 평균 배터리 탑재량(55.6㎾h)의 44.4%에 육박했다. 그외 유럽(15.1㎾h)과 북미(16.8㎾h), 그외 기타시장(15.9㎾h)에서도 PHEV의 배터리 탑재량이 늘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LG엔솔은 볼보, 크라이슬러, SK온은 현대기아, 페라리, 벤츠, 삼성SDI는 BMW, 지프의 PHEV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HEV 또한 배터리 탑재량(㎾h)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탑재되는 저용량 셀의 수량이 PHEV에 준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고정 비용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HEV와 PHEV 판매량이 느는것 조차 배터리업계에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도 희망적인 요소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 차종으로 확대해 나간다. 첫 모델은 국내 시장에서 ‘스터디셀러’ 차량으로 정평이 나 있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의 상품성 개선모델(내년 출시)이다. 기아도 올해 6개 차종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2026년 8개, 2028년 9개 차종으로 늘려 나간다.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2.5 터보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이르면 내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마일드 하이브리드 제외)을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전무)은 25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 지원규모가 축소될 것을 감안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판매 물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현대차의 장점은 유연한 생산 변화인만큼 시장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