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가 2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61개 병원에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1%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한다. 조정기간이 끝나는 28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튿날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들어간다. 전공의들이 떠난 빈 자리를 지켜온 간호사, 의료기사까지 병원을 이탈하면 의료공백은 더 커지게 된다. 환자와 국민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책임전가 금지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범위 명확화 ▷인력확충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끼니를 거르고 폭언·폭행에 시달리며 묵묵히 버텨왔다”며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부른 경영위기 책임을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주장한다. 사용자인 병원을 향한 요구이지만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파행을 정부가 나서 속히 해결하라는 주문이 먼저다.

지금 의료 현장은 조마조마한 상태다.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운 전문의들마저 번아웃으로 응급실을 떠나 문을 닫거나 한두 명으로 겨우 버티는 곳이 많다. 응급실 뺑뺑이가 일상이 돼버린 현실은 참담하다. 온열환자가 14곳에서 거절당해 결국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공사현장 사고환자가 10여곳 병원을 돌아다니다 결국 숨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119 구급차가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유행과 온혈환자 증가, 앞으로 추석연휴까지 겹쳐 비상상황이다. 노조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인력은 이어가겠다지만 안심할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고생하는 보건의료노조의 고민과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환자와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다시 한번 헤아려달라”는 호소만 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지금 병원에서 전공의가 하던 의사업무 일부를 떠맡고 있다. 노동강도는 더 세지고 의료사고 불안감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병원의 비상경영으로 연차휴가 강제 사용, 무급휴가 휴직 등에 내몰려 생계압박까지 받고 있다. 처우개선 약속이 말뿐이 아니라는 걸 실질적 조치로 뒷받침해야 한다.

의료공백 사태의 발단이 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데에는 정부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탓도 있다. 6개월이 흘렀지만 의대증원만 밀어붙이고 전공의들이 요구한 필수의료 정상화와 수련병원 전문의 확대 등 가시화된 게 없다. 지금 상황에선 한계에 다다른 의료현장이 더 금이 가선 안 된다. 노조와 병원,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여야도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를 명시한 법제화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