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수익률 10% 육박 재조정
SK이노베이션과 합병 앞두고 신설법인 설립·RCPS 승계
도시가스 자회사 활용법에 촉각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임시 주주총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SK E&S와 기존 투자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당분간 공생할 것으로 보인다.
SK로서는 중간지주를 활용한 구조화 딜을 설계해 당장의 현금지출은 막았지만 추후 의사결정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알짜 도시가스 자회사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넘길지 혹은 매년 수천억원 상당의 지출을 감내할지 판단이 필요하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 E&S는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충청에너지서비스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산도시가스 등 지분을 현물출자해 E&S시티가스 및 E&S시티가스부산을 설립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신설법인이 중간지주사가 되어 앞서 SK E&S가 PEF 운용사 KKR에 발행한 약 3조원어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승계한다. 양도 일자는 오는 11월 초로 예정됐다.
이미 투자업계에서는 기존 RCPS 소멸 및 재발행 시나리오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 있다. SK E&S가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을 앞두고 KKR 측의 안건 찬성 및 RCPS 미상환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보장수익률 상향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SK E&S는 상환일까지의 기간에 내해 내부수익률(IRR) 9.9%가 되는 금액으로 현금 상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RCPS 조건을 변경해뒀다. 동일조건의 RCPS를 신설법인이 승계한다. 앞서 SK E&S가 발행한 3조1350억원 규모 RCPS를 매입했던 KKR은 각각 7%와 9% 중반대였던 보장수익률을 9.9%로 상향조정 받았다. 이로 인해 KKR은 연간 3100억원 상당을 수익수취하거나 부산도시가스 등을 포함한 도시가스 7개사를 현물상환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SK로서는 복잡한 의사결정을 앞둘 수밖에 없게 된다. 당장에 RCPS 상환 이슈에서는 벗어났지만 신설법인에 대한 재무부담은 불가피하다.
앞서 SK E&S가 발행한 RCPS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었으나 스텝업 조항 가산금리, 보통주 미전환시 배당률 등을 감안할 때 부채성격이 존재했다. 부채 분류시 2021년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47%에서 179%로 상승하는 등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했다. 보장수익률이 상향조정된 만큼 재무부담도 덩달아 높아진 구조다.
아울러 매년 수천억원 상당의 배당지출 부담을 감내하거나 혹은 도시가스 자회사 처분시점을 고심해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국내 최대 도시가스 사업자인 SK E&S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 마진율이 15%를 상회하는 등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유지해왔다. 이는 밸류체인 전반의 수직계열화로 사업경쟁력을 우수하게 확보해 온 덕택이다. SK E&S는 지난해 연말기준 도시가스 시장점유율은 22.8%를 확보, 설비용량 5000MW(메가와트)를 보유한 국내 최대 민자발전 사업자다. 때문에 KKR로서는 당장에 투자관계를 종료하기에는 아쉬운 투자처로 여겨질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사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KKR로서는 도시가스 사업을 떼어 받거나 혹은 연간 안정적인 고정수입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