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금투세-주식시장 활성화 ‘종합 검토’ 합의

野 ‘코리아 부스터’ 핵심…찬반 엇갈린 여권 ‘뜨거운 감자’

금투세 논의 발목 우려에 “연말 최소한 유예된다” 낙관도

시행 넉 달 앞두고…‘이사 충실의무 확대’ 끼어든 금투세 논의 [이런정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폐지 및 유예 논의에 ‘이사 충실 의무 확대’를 다룬 상법 개정 문제가 변수가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1일 회담에서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자는 결론이 내려지면서다. 논쟁적인 주제가 금투세 폐지 및 유예 문제와 맞물리면서 연내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은 22대 국회 들어 총 5건 발의됐다. 개정안들은 물적분할·합병 등 기업의 지배구조 조정 과정에서 일반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사에게 회사 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대표발의자는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다. 개정안들은 지난 7월30일 발표된 ‘민주당식 밸류업’ 프로젝트인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표가 1일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시장의 저평가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주주 충실 의무 확대라든지 또는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도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하며 여야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 대표도 비공개 회담에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여야는 합의문에 금투세 문제와 관련한 ‘종합적 검토’를 명시했다.

여야 대표 합의에 따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법안 심사가 마냥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는 당장 여권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기 주제이기 때문이다. 정부 측에서는 앞서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규정이 생기더라도 추상적이고 선언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했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꾸준히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표가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 사례를 언급하며 주주 보호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율사 출신의 한 여당 법사위원은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현행법 체계와 주식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의 극심한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관련 논의가 쟁점으로 떠오를 경우 금투세 폐지 및 유예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에서는 금투세 폐지 여론을 주목하고 있다. 시행을 목전에 둔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폐지 여론에 힘이 실리면서 여야 불문 ‘유예론’이 고개들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은 “(금투세는) 올해 말이 되면 최소한 유예될 것”이라며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재정위원도 “결과적으로는 유예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회 정무위 소속인 김남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34명이 지난달 20일 공동발의한 ‘상장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도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등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내용을 다룬다. 현행법 체계를 흔든다는 지적을 받는 상법 개정안을 놓고 법사위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무위를 통하는 일종의 ‘우회안’이자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