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책이 먼저 나왔다.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일대기다. 튜링은 세간의 관심을 끌 많은 요소를 갖췄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난공불락 암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수학자, 당시로선 금기시되던 동성애자, 결국 ‘독이 든 사과’를 먹고 1954년 41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 등등. 특히 튜링이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이 분야의 개척자라는 점과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는 사실이 맞물려 오늘날 애플 로고(베어 먹은 사과) 탄생에 영향을 줬다는 설까지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튜링은 1951년 영국왕립협회 회원 선출, 대영제국훈장 수훈 등 업적과 공을 인정받았으나, 1952년 동성애자로 알려지고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불운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후 스티븐 호킹 등이 청원해 2009년 고든 브라운 총리의 사과, 201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특별사면 등 명예회복의 과정을 밟았다. 튜링은 영미권에서는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1999년 타임지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100명의 인물’로 뽑았고, 2002년 BBC 여론조사에서도 ‘100명의 위대한 영국인’에 선정됐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영국 의회 연설 중 튜링을 영국의 대표 과학자로 언급했다.
제목 ‘이미테이션게임’은 ‘튜링 테스트’라고도 불린다. 기계(컴퓨터)가 지능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테스트다. 이 테스트는 오늘날 인공지능 연구의 초석이 됐다.
저자 앤드루 호지스는 튜링을 오랫동안 집요하게 연구해온 학자(옥스퍼드대 교수)로, 방대한 조사와 인터뷰로 “이제까지 나온 것 중 최고의 과학 전기”(뉴요커)라는 역작을 냈다.
김필수 기자/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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