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ㆍ신동윤 기자] 한국에서 칼 마르크스의 책 ‘자본론(사진)’의 판매부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現)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일 때마다 유럽ㆍ일본 등지에선 이미 ‘자본론 다시읽기’ 열풍이 불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민주화, 갑을(甲乙) 관계 등이 조명되면서 자본주의 모순을 분석한 150여년 전의 ‘자본론’을 다시 펴는 이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시장점유율 1위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에 따르면 총 5권인 ‘자본론(김수행 역ㆍ비봉출판사)’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서 보는 ‘자본론 1권(상)’의 판매부수는 올해 5월말 현재 전년 동기간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 문제가 한창 이슈일 때 ‘자본론’의 판매부수는 뚜렷하게 증가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금융위기가 휩쓸었던 2008년과 2009년 ‘자본론 1권(상)’의 판매부수는 전년 대비 각각 23.6%, 38.2% 늘어났다. 미국에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발생하고, 국내에서 경제민주화란 말이 한창 회자되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5.7% 증가했다.
‘자본론’뿐 아니라 마르크스를 제목이나 부제에 넣고 출간된 책은 올해 9종, 지난해 29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미화 예스24 마케팅팀 대리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마르크스를 다시 공부하고 싶어했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거나 핵심 내용을 정리한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본론’ 붐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ㆍ성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박길성 고려대학교(사회학과) 교수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기본이 무엇인가에 대해 되돌아보자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언급된 ‘자본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시대 환경을 반영한 사회현상”이라고 했다.
강신준 동아대학교(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불거진 금융 위기 등에 대한 해법이 기존 경제학의 체계 속에서는 없어 우왕좌왕 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의 발생 원인ㆍ논리ㆍ과정을 알고 있던 마르크스를 사람들이 기억해낸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지금 일고 있는 ‘맑스 르네상스’는 외국에서 넘어온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