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4월 23일은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특히 올해는 인천이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됐다. 아시아에서는 세번째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은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대학생 10명 중 4명은 1년간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단 한권도 빌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취업난과 함께 스마트폰이 전통 활자를 밀어내는 세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14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 대학 도서관 416곳에서 대학생 1명의 도서대출 수는 연간 7.8권에 그쳤다. 3년째 줄어들고 있는 수치다. 특히 4년제 대학생의 42%는 1년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한권도 안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책을 사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발표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는 1만8154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학생들은 취업준비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K대 아동가족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모(23ㆍ여)씨는 “한 달에 1권 정도는 읽으려고 하지만 사실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책을 멀리하게 된다”며 “취업에서 독서가 중요하지 않으니까 주변 친구들도 책을 거의 안 본다. 도서관에 오는 것도 시험기간 뿐이지 책을 보러는 가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서울과기대 기계공학과 4학년 김건형(26)씨는 “기업에서는 아무리 스펙을 안 본다고 해도 학점, 영어 성적 등 정량적으로 보이는 수치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 대신 대학생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도서관에 갈 필요성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문화가 전통 활자문화를 밀어내는 경향”이라며 “여기에 어려서부터 책을 읽고 토론하며 성찰하기보다는 입시에 맞춘 단답형 지식 위주로 공부하다 보니 대학생이 돼도 책을 멀리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서량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는 대학생들이 여유가 없다는 것”이며 “대학생들이 취업준비의 압박감을 받는데 독서는 딱히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으니까 안 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두헌ㆍ장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