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제인 포함 검토” 따라…법무부, 대상·범위 엄선작업 착수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는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시했다. 이같은 명분은 정치인 특사때 제기되는 여러 논란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경제인 특사를 우선시한데는 2003년 불법대선자금사건 등에서 보여지듯, 상당수 혐의가 정ㆍ관계의 직·간접적인 압박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됐다. 기업을 상대로 한 정치자금 압박은 회계상 난맥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정부 첫 특사때 참신함 이어갈지…

특별사면으로 족쇄 풀린 기업인 중 상당수는 기업윤리실, 사회공헌실을 신설하면서 회사 체질 개선에서 나섰고, 그간 경영진 부재로 파행을 겪었던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진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처음 실시한 2014년 1월 특별사면은 참신했다. 기업인과 정치인 특사를 철저히 배제한채 생계형 사범 5910명의 족쇄를 풀어주면서 야당까지도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집권 3년간 기업이 특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산업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관련기사 17면

특별사면제도의 개선책이 나오지 않아 과거 시스템 대로 대상자를 선별할 수 밖에 없지만,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그 어느때 보다 긴장감을 갖고 엄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첫 특사때 보인 참신함을 이어가면서 ‘유전유권(有錢有權) 특사, 무전(無錢) 만기출소’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의 특사=김대중 전 대통령이 같은 당 노무현 후보의 차기 대통령 당선 이후 단행한 2002년 연말 특사에서는 정치분야에서 고위공직자 5명, 공안사범 40명, 선거사범 8명이 사면됐다. 아울러 1998~2001년 사이에 있었던 대우그룹, 기아자동차, 한진그룹 비리 사건 연루자들이 풀려났다. 김 전 대통령 재임기에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 등도 특사 혜택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정치적 화합’ 기조 속에 대북송금 사건 연루자를 풀어주고, 2006년엔 측근 비리 사건에 연루된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을 사면한 데 이어 2007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사면했다. 성 전 회장의 두차례 사면이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이뤄지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 특사에 관한한 구태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낸 불법대선자금 관련 기업인을 정치인보다 먼저 풀어주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3년 용산참사와 관련해 복역 중인 6명 중 철거민 5명 전원에게 잔형 집행을 면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대거 사면하면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측근을 끼워넣어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 긴장감속 엄선 작업=김현웅 법무장관 등 9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사면대상자의 죄질과 개전의 정, 수형성적, 누범여부, 국가와 사회, 경제 기여도 등을 토대로 엄선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제도개선 TF도 덩달아 바빠졌다. 실무작업반은 전문가 의견 청취와 외국 사례 취합 등을 통해 사면법 개선안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19대 국회엔 사면법 개정법률안이 14건 계류돼있다.

함영훈ㆍ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