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괜찮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헷갈린다.
다음달 2일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미국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우리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실수’라고 지적한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행사 참석의 의미는 여느 때와 다르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최고 귀빈 대우를 받는다.
중국의 이번 열병식은 대규모 최신무기 공개를 통해 전 세계에 ‘군사굴기’ (軍事堀起, 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선다)를 과시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참석이 ‘한ㆍ미동맹’ 차원에서 불편할 수도 있다.
일단 미국 국무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행사 참석은 주권국가로서 결정 사항인 만큼 한국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말 그대로 외교적 수사다.
우리 정부도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관에 따른 한ㆍ미간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과 관련해)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며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한중관계 등 동북아에서 의미 있는 관계진전을 이루는 기초는 한미관계”라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오는 30~31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북극 외교장관 회의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박 대통령의 방중 배경 등을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 등 한중관계 진전의 중요사항에 대해 미국 정부와 교감을 이뤄나가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 보수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방중이 ‘실수’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중 관계를 고려해 전승절에 맞춰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열병식 참석은 ‘현명하지 못한 생각(poor idea)’이라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보수파의 불편한 심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정부가 이번 기회를 미ㆍ중간 ‘균형외교’를 통해 동아시아 외교의 주도권을 쥐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에,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에 의존을 해왔기 때문에 양자 간 선택지에서 우리의 입장은 항상 수세적일 수 밖에 없다”며 “미ㆍ중 사이에서 양측의 긴장완화와 공존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역할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