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해외 기술유출 25건 적발
中 등 해외유출 사례 매년 늘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 주타깃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을 노리는 ‘산업 스파이’가 암약하고 있다. 국내 기술을 나라 밖으로 빼돌리다가 경찰에 붙잡힌 사례는 올해 25건,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한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기술마저 위태로운 상황.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A씨는 18·20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기술을 통째로 빼내,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회사까지 만들어 제품을 생산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9월 경찰이 구속송치했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10월 사이 경찰이 붙잡은 해외 기술유출은 25건. 2022년 연간 검거건수(12건)는 물론, 작년 같은 기간 실적(21건)보다 많다.
특히 경제적·기술적 가치가 높은 ‘국가핵심기술’의 유출 사례는 올해 10월까지 10건 적발됐다. 연평균 2건에 그쳤던 2021~2023년 수준을 크게 웃돈다. 국가핵심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우리경제 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주력 산업분야에 지정돼 있다.
경찰이 파악한 해외 기술유출 사건 가운데 절반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기술이었다. 한국의 주력산업의 노리는 기술 유출 시도가 꾸준하게 이뤄지는 셈이다. 게다가 기술이 국내 경쟁기업이 아닌,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례도 늘었다. 전체 기술유출 사건에서 해외로 유출된 사건의 비중이 올해 처음 20%를 넘어섰다.
경찰은 지역별 산업 특정을 감안해 수사팀마다 전담기술을 각각 지정했다. 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대응하자는 취지에서다. 수사관들도 자유롭게 활동하며 기술유출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더불어 피의자가 기술을 유출해 얻은 경제적 이익(급여, 인센티브, 체류비용 등)을 추징보전도 시도하고 있다. 올해는 6개 사건에서 49억여원 가량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첨단화·조직화하는 해외 기술유출 범죄 근절을 위해 전담 수사 인력 증원을 추진 중”이라며 “위장수사 등 최신 수사기법을 도입하고 관계기관들과 브로커 처벌규정 신설 등 법제 개선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