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단통법 폐지안 국회 법안소위 통과

단통법 휴대전화 가격 높인 원인 지목…10년만에 폐지 수순

“과거와 시장 상황 너무 달라” 실효성 미미 지적도

대리점
서울시내 한 휴대폰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가계 통신비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단통법은 통신사 간 자유로운 경쟁을 막아 소비자의 휴대전화 구입 비용을 높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단통법 폐지를 통해 휴대전화 구매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된다. 하지만 단통법 도입 당시와 달리, 이미 통신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은 만큼 가격 인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원금 상한 없애…통신사 자율 경쟁 유도= 25일 IT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안이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이로써 10년 동안 통신 시장의 지침이 됐던 단통법의 폐지 수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소비자 간 차별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른바 ‘성지’에 찾아가는 일부 소비자만 할인 혜택을 누리는 차별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단통법이 지원금 규모를 제한하면서 휴대전화 구매 부담이 되려 늘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이번 단통법 폐지안에는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 규정이 사라졌다. 공시지원금은 약정을 통해 단말기 가격의 일부를 할인받을 때 적용받는 할인 금액을 말한다. 각 통신사는 홈페이지에 공시지원금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 수준으로 각 대리점이 추가로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같은 지원금 상한을 없애 다시 통신사 간 경쟁을 활성화시켜 단말기 구입과 이용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 폐지안의 핵심이다.

단말기 보조금 대신 월 통신요금의 25%를 할인 받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기로 했다.

대리점
서울 시내 휴대전화 대리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휴대전화 가격 인하 효과는 ‘글쎄’…실효성 회의론도=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휴대전화 구입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단통법 폐지의 취지지만 사실상 그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단통법이 도입됐던 2014년과 통신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다. 당시는 통신사 간 고객 유치가 치열했지만, 이미 통신시장이 포화되고 휴대폰 교체 시기도 길어졌다.

특히 통신사들은 본업인 유뮤선 통신 외에도 인공지능(AI) 등에 투자를 쏟아붓고 새 먹거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지원금 상한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통신사들이 지원금에 많은 비용을 투입할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미 지원금 대신 선택약정할인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유지되는 만큼 지원금 경쟁이 격화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사들은 늘어난 마케팅 비용과 선택약정할인 제도에 따른 혜택을 모두 부담해야 하므로 지원금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통법 폐지안에 포함된 ‘제조사별 장려금 관련 제출 의무화 방안’ 조항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 조항은 통신사가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규모 등에 관한 자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애플 등 해외 제조사가 장려금을 보고하는 데 동의할지, 장려금 제출이 실제로 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업비밀 노출을 꺼리는 글로벌 제조사들은 오히려 장려금을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도입 당시와는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폐지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