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휴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휴전 성사 시 가자 전쟁 이후 1년여만에 양측간에 포성이 멎게 된다. 다만 양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도 있어 막판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휴전 회담에 정통한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르면 26일 안보 내각을 소집해 휴전 합의안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합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협상을 중재한 미국과 프랑스를 통해 결과가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현지 고위 당국자가 내각이 26일 회의에서 휴전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헤르초그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이스라엘 육군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는 합의에 가까워졌다”면서 “며칠 안에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측에서도 고위 소식통 4명에게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6시간 안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을 곧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은 덧붙였다.
프랑스 대통령실 역시 휴전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으며, 칸, 하레츠, 와이넷 등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 이스라엘이 큰 틀에서 합의한 상황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엘리아스 부 사브 레바논 국회 부의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이 제안한 휴전을 이행하는 데는 ‘심각한 장애물’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휴전 협정 초안에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는 중화기를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이동시키는 등의 조치와 함께 60일간의 휴전 과도기를 갖는 것으로 돼 있다.
이렇게 양측 모두 병력을 물려 공백지대가 된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 레바논군 수천 명을 추가로 투입, 유엔 평화유지군과 함께 더이상의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휴전 합의안에 담긴 내용이다.
합의안에는 양측의 이행 상황과 위반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미국 주도의 감시위원회 활동도 포함됐다.
다만, 협상이 실제로 타결될 것인지와 관련해선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까운 지점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휴전 합의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매튜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종종 합의의 마지막 단계가 가장 어려운데, 가장 어려운 문제가 제일 끝에 남아있기 때문”이라면서 합의 도달을 위해 아직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가 휴전 협정을 위반하면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발동, 레바논에서의 군사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합의문에 집어넣을 것을 이스라엘 측이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진 점도 막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헤즈볼라 수장 나임 카셈은 앞서 “이스라엘 적이 원할 때마다 (레바논 영토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면서 완전한 종전을 요구한 바 있다. 레바논 역시 주권 침해라며 이스라엘 측의 요구에 반대했다.
휴전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헤즈볼라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나, 휴전을 원치 않는 이스라엘 극우파의 반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 연정내 대표적 극우인사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헤즈볼라를 제거할 역사적일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