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는 ‘서포터’가 아닌, 기업과 함께 달리는 ‘플레이어’가 되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와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총리는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보편관세를 비롯한 정책 기조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도 기존의 정책 수단을 넘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후발국의 기술 추격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최 부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구축된 이후 지난 30여년간 우리 기업이 앞에서 달리면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전략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면서 “국가가 산업경쟁 전면에 나서는 주요국 사례를 볼 때, 이런 과거의 성장 방정식을 고수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6개월, 우리 산업 운명 가르는 ‘골든타임’”=최 부총리는 “향후 6개월이 우리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골든타임’”이라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겠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 인센티브 축소를, 철강 업계는 수출 환경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정부 간 협력채널을 전방위적으로 가동해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주요국 산업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발로 뛰며기업이 체감하는 어려움을 세심하게 파악하겠다”며 “노후화된 산업인프라를 현대화하고, 전력망을 비롯한 기반시설을 차질 없이 구축하는 등 우리 기업의 투자 기반도 든든하게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부총리는 특히 “최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도체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우리 기업과 함께 이러한 절박한 상황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 종료 직후 관계기관 협약을 체결해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을 신속히 조성하겠다”며 “국회와 협의해 기반시설에 대한 기업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조성키로 약속한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은 전력 총 4조3000억원(국가산단 3단계 제외), 용수 총 2조2000억원, 도로 총 9000억원 규모다.
이어 그는 “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용인·평택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며 “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한도도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1.8조 용인·평택 클러스터·4조 규모 AI컴퓨팅센터 구축”=최 부총리는 반도체 기술개발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간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져있던R&D 장비 등 연구개발 시설투자를 지원대상에 포함하고,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이상향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은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0%다.
아울러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국가AI위원회를 중심으로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향후 범용기술로서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AI 경쟁력은 곧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한다”면서 “2030년까지 총 4조원 규모의 민·관 합작 투자로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에는 국회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출자와 대출을 합쳐 4000억원 규모의 AI컴퓨팅 인프라(GPU 포함)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AI를 ‘조세특례제한법’ 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 추진해 세제지원의 질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