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안하면 ‘처단’하겠다”는 포고령에
의협 회장 후보들 “오만한 표현…처단당할 자는 본인”
의대 교수 “대통령 하야해야”·전공의 “독재 물러나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내려진 포고령에 의료 사회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고령에는 사직 전공의 등 의료인의 복귀를 압박하는 내용과 함께 ‘위반 시 처단하겠다’는 표현까지 담겼기 때문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와 의대 교수,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후보자 등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참담하다”, “데드덕”, “처단은 오만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계엄사령부(계엄사)는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 포고령(제1호)을 통해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해야 한다.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는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의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됐다”며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사직 전공의로서 파업 중인 인원은 없다”며 “사직 처리된 과거 전공의들은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전날 의협 신임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의협 전 회장)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고 싶은데 차마 혼자 울지는 못해서 빰 때려 달라고 애걸 복걸한 꼴”이라면서 “오늘부로 레임덕은 데드덕이 됐다”고 적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처단당해야 할 것은 이런 말을 하는 자”라고 지적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 역시 페이스북에서 “군인들도 무사히 원대 복귀하고 나라도, 의료대란도 모두 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면서 “다시는 항상 환자 곁을 지켜오다 정부의 의료농단에 좌절해 자리를 떠난 전공의들에게 처단과 같은 오만한 표현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인 김택우 후보는 “정부가 전공의를 처단한다고 적시한 건, 전공의를 적대시함으로써 정권의 잘못을 호도하려는 얄팍한 수작질”이라며 “지금이라도 의료 농단을 중단하고 진지하게 의료를 정상화하는 데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동욱 후보(경기도의사회장)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민주적 발상의 엉터리 비상계엄 명령과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움”이라며 “시대착오적 대국민 탄압과 폭주 기관차를 멈추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은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4일 ‘윤석열은 국민에 대한 탄압을 당장 멈추고 하야하라’는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과 대통령실 참모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련자들은 당장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전공의들도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해제 전 페이스북에서 비상계엄 선포 보도 기사를 공유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 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치료할 것”이라면서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는 비상계엄 선포 해제 전 카카오톡 단톡방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하라”면서 “의사·전공의 협박 말고 환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지도 말라”고 했다.
의료계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반헌법적·비민주적 폭거’라고 규정한 뒤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비상계엄 가담자들을 전원 처벌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