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새 저축은행 수신고 2.7조 급증

정기예금 금리도 줄하향…평균 3.49%로 떨어져

2금융권 가계빚 2조 폭증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 지난달 초 여유자금을 저축은행 파킹통장에 넣어둔 A씨는 최근 연이어 세 통의 문자를 받고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기존 3.8%이었던 파킹통장 금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세 번이나 내린다는 내용의 저축은행 안내였기 때문이다. A씨는 “고금리로 사람들을 잔뜩 가입시켜놓고 이게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조만간 갈아타야겠다”고 말했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파킹통장 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시간을 들여 저축은행별 금리를 비교해 여유자금을 몰아넣었는데, 금리가 금세 낮아져 투자 매력이 떨어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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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럴거면 한 번에 내리지”…‘찔끔찔끔’ 내리는 금리에 뿔난 소비자

1일 금융권에 따르면 JT저축은행은 지난달 13일, 20일, 이날에 걸쳐 파킹통장 상품인 ‘점프업2 저축예금’ 금리를 0.1%포인트(P)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존 3.8%로 운영되던 금리가 3.5%로 내렸다.

앞서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 금리도 출시 시점인 8월엔 3.2% 수준이었지만, 2.7%까지 낮아졌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첫번째저축예금’ 파킹통장을 지난 7월 3.7%에 내놨지만, 11월말 기준 3.5%로 내린 상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금리 3%가 넘는 자유입출금예금(파킹통장)은 30개 수준으로, 이중 3.50% 이상인 상품은 6개에 불과하다. 3.30%가 8개로 가장 많고, 3.20%과 3.00%이 6개, 3.30%과 3.10%이 각각 2개였다.

입출금통장의 경우 만기가 따로 있지 않고 매일 또는 매월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일정 금리를 일정 기간 동안 유지할 의무는 없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금리를 매일 시가로 적용하는 것이냐, 저축은행들이 고객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이럴 거면 한 번에 내리지”, “좀 심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대 회장은 “저축은행이 수익성에 우선하는 정책을 피는 것”이라며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품의 경우 계약할 때 변동금리 상품으로 정한 것이 아니면 바꿀 수 없지만 자유입출금예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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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클릭’ 한 번에 몰려드는 자금…저축은행 “시장 반응 예측 어려워”

저축은행들은 지난 7~8월 만기를 앞두고 수신고를 확보하기 위해 고금리 파킹통장을 속속 출시했다. 그러자 당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자금이 대거 몰렸고, 한때 100조원 밑으로 줄었던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8월에 이어 9월까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최신통계인 저축은행의 9월 말 수신 잔액은 102조5684억원으로, 7월(99조9128억원) 대비 두 달 만에 2조6556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협이 5680억원, 농협·축협·산림조합이 1조8834억원 늘고 새마을금고가 6075억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갑자기 늘어난 수신 잔액에 저축은행도 당황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 이동이 손쉬워진 모바일뱅킹 환경에서 금리를 올린 뒤 얼마 동안 얼마만큼의 자금이 들어올지 갈수록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고객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은 수신 잔액이 늘어나면 그만큼 이자 비용을 대야 하고, 부담이 커지면 2022년 은행권 예금금리 경쟁 사태 때와 같은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한 업권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내부에서 금리를 0.1%포인트 올렸을 때 목표 잔액까지 일주일이 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도 갑자기 돈이 몰려 하루 안에 채워질 수 있어 금리가 많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예전엔 예·적금 특판을 많이 해 유동성 관리를 했지만, 지금은 금리 조정을 통해 잔액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일반 요구불예금을 통해 수신 잔액을 확보하다보니 수요가 몰리면 그때 그때 일부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정기예금과 파킹통장 금리가 모두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0월 1일 기준 3.70%였지만, 전날 기준 3.49%로 두 달 여만에 0.21%포인트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