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깊은 관계…테슬라·스페이스X 등 사업 연관

트럼프 대중정책에 영향력 전망…“中,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USA-TRUMP/FEDERAL-WORKERS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정보효율부 수장으로 지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와일드카드(wild card·동시에 여러모로 쓰이는 카드, 예측할 수 없는 요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업적으로 중국과 얽혀 있는 그가 트럼프 당선인의 대(對)중국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억만장자이자 자칭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최측근)인 머스크는 두 강대국 간 관계에서 잠재적으로 중요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사업은 국가 안보, 기술 경쟁, 공급망, 언론의 자유, 대만의 미래 등 여러 문제에 대한 잠재적 갈등의 지뢰밭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고 갑부인 그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1조달러 규모의 전기차 사업인 테슬라와 관련해 중국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저금리 대출, 보조금,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14억 인구의 중국에 차량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한 자동차를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가장 큰 규모인 상하이 공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머스크의 중국 공급업체, 특히 배터리 공급업체는 미국을 포함한 테슬라의 글로벌 제조 운영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예고했고 테슬라 사업에도 막대한 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 요직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필립 후쇼아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중국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중요한 다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슬라의 비중을 고려할 때,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이 계획한 관세에 “완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 책임부터 거버넌스와 보상에 이르기까지 잠재적 이해 상충을 시장이 어느 정도로, 얼마나 오랫동안 무시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사업가가 중간자 역할을 한 것은 오랜 역사가 있지만 머스크보다 더 많은 기업을 보유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머스크는 다른 사업도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의 지점에 직접적으로 놓여 있다. 그의 상업용 로켓 및 위성 기업인 스페이스X는 방대한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로 미군의 우주 진출 확대에 참여하면서 중국 군사 분석가들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는 중국에서 금지된 상태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야쿠 왕 중국 연구 책임자는 “중국이 기업의 중국 접근성을 이용하는 등 외국 기업가들을 조종해 공산당 노선을 따라가도록 강요하는 데 매우 능숙해졌다”고 경고했다.

그는 “머스크는 중국에서 광범위한 사업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압력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권위주의 지도자들과 진정으로 긴밀한 관계를 즐기는 것 같다”면서 “이러한 역학 관계는 중국 공산당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만든다”고 말했다.

머스크와 10년 이상 긴밀히 협력한 전직 테슬라 고위 임원은 “머스크는 항상 친중국적인 사람”이라며 “중국이 미국을 망치려 한다는 인식은 테슬라에선 공유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중국에서 자율주행 지원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에 대한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백악관에 대한 머스크의 새로운 접근성을 고려할 때, 중국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무역 협상에서 테슬라의 FSD 승인과 주요 부품 공급에 대한 접근성을 지렛대로 활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미국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FSD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으므로 관세에 대한 논의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 자동차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테슬라는 수익성을 위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머스크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직접 접촉하고 있다”면서 “그가 퍼즐 조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수년간 미국과 역사상 최저의 관계를 맺어 온 중국의 입장에선 머스크와 같은 동맹이 백악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긍정적인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정부 고위 관리이자 중국·세계화센터 설립자인 헨리 후이야오 왕은 중국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만 “머스크 같은 미국 억만장자들의 지원을 받아 트럼프가 더 실용주의적이 되고, 미중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대통령의 귀를 끌기 위해 경쟁하는 “혼합된” 견해가 있을 것이라고 컨설팅 회사 컨트롤리스크의 앤드류 길홀름 중국 분석 책임자는 말했다.

한편에는 중국에 우호적이며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전통적인 월가 거물과 기술 리더가 있고, 다른 편에는 이념적으로 반중국적이며 모든 전선에서 중국을 망치고 싶어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같은 매파가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머스크도 있다. 길홀름은 “개인이 중요할 것”이라며 “머스크는 와일드 카드이며 그의 이해관계는 상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