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 190인 전원 찬성 가결

與 의원총회 장소 변경에 혼선

다수 참석 못해…“결국 당사로”

“출입 가능한 곳 어디” 질문 쇄도

이준석 “공무집행 방해” 항의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3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가 4일 새벽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재적 국회의원 수는 300명으로, 110명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군과 경찰의 통제로 국회 출입이 막힌 것으로 전해졌다. 출입을 막는 군인들을 상대로 “공무집행 방해”라며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표결을 지켜봤다. 한 초선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처음에만 (국회에) 들어갔고,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들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담을 넘은 의원들만 들어갔고, 어쩔 수 없이 당사로 돌아와야 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채팅방에는 전날 밤부터 “출입 가능한 문이 어디입니까”, “도서관 뒤는 (출입이) 되느냐” 등의 물음이 쏟아졌다. 한 의원은 “(국회로) 못 들어가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봉변을 당했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들어갈 수 없어 당사로 왔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의원총회를 소집했으나, 의총 장소가 ‘중앙당사’에서 국회 본회의장 맞은편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한 차례 혼선이 빚어졌다고 한다.

당사에서 대기하던 안철수 의원은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정보가 없어서, 여러가지 추측성 이야기들이어서 저는 (국회로) 직접 가보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몇 번 혼선이 좀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 50명 정도 의원이 여기 모인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조경태 김성원 신성범 장동혁 박정하 서범수 김형동 김상욱 우재준 김용태 박정훈 정성국 곽규택 김재섭 정연욱 주진우 한지아 의원 등만 본회의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만 들어오지 못했다’는 지적에 “들어오려 시도하다 결국 되지 않아 당사로 갔다”고 답했다. 표결에 불참한 추 원내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의원들과 소통한다는 차원에서 계속 기다렸다”며 “불참하게 된 건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했다.

국회에서 철수하는 군병력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국회 출입 제한에 막혀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계엄군을 향해 “이건 공무집행 방해다. 국회의원이 공무를 하는 데 방해한 거다”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 의원은 “너희는 공무원이 아니냐. 지금 어떤 명령을 받았기에 이런 행동을 하느냐”라며 “국회의원이 국회에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되나”라고도 했다.

한편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10시20분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한 다수의 탄핵안과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 등을 언급한 뒤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은 1981년 1월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