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별·조리법 따라 맛 차이…겉잎은 감칠맛·속대는 단맛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한국인이 즐겨 먹는 채소는 단연 배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배추 연간 소비량은 2020년 기준 47.5㎏(절인 배추 19포기)이다. 연간 채소류 소비량(2022년 기준 149.5㎏)의 3분의 1 정도를 배추로 채우는 수준이다.
배추는 주로 김치를 통해 소비된다. 김치는 웰빙 음식이지만, 매운 양념과 발효 맛이 강해 배추 고유의 풍미를 느끼기 어렵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채소를 연구한 샘표의 ‘우리맛 연구 보고서 – 우리 채소’에 따르면 배추의 조리 방법을 달리하면 배추의 고소함과 감칠맛, 단맛 등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샘표 관계자는 “배추는 다소 제한적인 활용이 아쉬운 채소”라며 “부위, 품종, 조리법, 식재료 결합에 따라 맛과 향이 모두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배추의 맛을 제대로 알면 더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리 방식으로 살펴보면 겉절이처럼 비가열 조리 시 신선함과 아삭함이 가장 잘 느껴진다. 반면 습열 조리에선 식감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감칠맛과 단맛이 크게 상승한다.
단맛을 올리려면 간단히 익혀 먹는 ‘된장 배추무침’을 추천한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아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우선 접시에 배춧잎을 넣고, 랩을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 3분 30초 돌린다. 찬물에 식혀 물기를 짠 후 5㎝ 정도로 썰어서 찢는다. 여기에 된장, 참기름 등의 양념을 넣고 무치면 완성이다.
배추를 구워 먹어도 색다른 아삭함과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알배추 구이’가 대표적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브런치 레스토랑, 뷔페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다. 다이어트 시 스테이크 대신 먹는다고 해서 ‘알배추 스테이크’로도 불린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물기를 제거한 배추에 올리브유, 소금, 후추로 밑간한다. 에어프라이어에 10분간 굽고, 파르메산 치즈와 파슬리 가루를 뿌린다. 취향에 따라 구운 베이컨 조각, 발사믹 드레싱을 더하면 된다.
부위별로도 맛이 다르다. 배추의 속대로 갈수록 단맛이 난다. 중간 부위나 속대는 무침이나 생채 요리에 적합하다. 반면 겉잎은 감칠맛과 고소한 맛이 난다. 비타민C도 속대보다 많다.
특히 겉잎은 국수 국물로 활용하면 좋다. 배추 겉잎을 볶으면 감칠맛이 깊어져 시원한 국물을 낼 수 있다. 배추 겉잎을 국물로 우려낸 ‘배추 잔치국수’가 좋은 사례다. 우선 기름을 두른 냄비에 송송 썬 배추 겉잎과 마늘을 볶는다. 여기에 간장과 물을 넣고 15분 정도 끓여서 국수 국물을 만든다.
수확 시기도 중요하다. 10월 말부터 수확하는 배추를 ‘가을배추’라고 부르는데, 여름 배추보다 밤이나 고구마 같은 고소한 맛이 잘 느껴진다. 수분도 더 많다.
배추와 잘 어울리는 식재료는 굴, 등푸른생선, 잣, 유제품 등이 있다. 굴은 배추의 감칠맛을 살리고, 잣은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유제품과 잘 어울려 서양요리에 활용하기도 좋다. 배추의 단맛이 유제품의 고소함을 끌어올리고, 더 깔끔한 뒷맛을 만든다. 등푸른생선을 배추와 함께 조리하면 배추의 황화합물 성분이 생선 비린내를 줄여준다.
배추는 영양소가 우수한 식품이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선정한 ‘영양밀도가 높은 채소’ 순위에서 1위 물냉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7가지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