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세월호·이태원·무안 여객기·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참사 유족 200여명을 초청해 가진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행사에서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날 대법원은 대규모 세금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한 전 용인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단을 확정했다. 이 대통령의 사죄나 법원의 판결은 모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대한 정부와 국가권력의 의무와 존재 이유를 확인한 것이라 하겠다.

4건의 대형 참사로 인한 희생자는 각각 304명과 159명, 14명, 179명에 이른다. 시설과 관리, 행정, 사고대응 등이 미비하고 법과 규범을 준수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로 꼽히지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후속 대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땅한 때에 충분하고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정부의 사과와 책임 인정 또한 미흡했다.과거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 대통령이 거듭 사과와 위로를 하고, 유족과 시민사회 요구에 화답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점은 다행이다. 말로 그치지 않고 실천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용인경전철사업 소송에서 주민이 승소한 것은, 지방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벌인 대규모 민간 투자 사업이 실패해 재정손실이 발생하면 지자체장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첫 확정 판결로 의미가 크다. 대법원은 이날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현 용인시장이 이정문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214억68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용인경전철사업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의 허황된 수요예측과, 이 전 시장이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와 최소수입을 보장하는 계약(MRG)을 맺은 과정에서의 과실·불법 행위, 이로 인한 용인시의 재정적 피해가 인정된 것이다.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다. 국민 혈세는 ‘제 주머니’의 쌈짓돈보다 무서워해야 하는 것은 상하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고위공직자들의 1시간은 대한민국 국민 ‘5200만 시간’이고, 공무원들의 서류 한장, 민원 하나가 국민 누구에겐 ‘죽고 사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