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우리나라의 최근 환율 하락 속도가 주요 32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 하반기에는 달러당 900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선물이 집계한 32개국의 최근 1개월여간 통화가치 상승ㆍ하락폭을 보면 원화(3.51%)가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과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 엔화(1.96%)나 대만 달러화(0.92%)보다 상승폭이 훨씬 크다. 한국에 이어 터키(3.09%), 콜롬비아(3.07%), 남아프리카공화국(2.38%), 브라질(2.12%), 일본(1.96%), 영국(1.82%) 등의 순으로 환율 하락폭이 컸다.
시장에선 당국이 1020원을 1차 저지선으로, 1000원을 2차 저지선으로 설정하고 환율 급락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방어 노력에도 올해 하반기에는 환율이 90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해외 주요 IB(투자은행) 가운데 미쓰비시도쿄UFJ는 연말에 환율이 975원으로, 웰스파고는 99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IB들도 예상 수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제히 환율 하락을 점쳤다. 하락 추세가 내년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국내외에서 환율 하락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국제 시장에서 달러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신흥국 통화 중 원화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원화 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환율 하락은 ‘양날의 칼’로 불린다. 국가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 가운데 수출에는 악재지만, 수입 물가를 낮춰 내수에는 호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 미국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서 환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ㆍ국제금융연구실장은 “올해 3분기나 4분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외환당국이 세자릿수 환율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환율의 추가 하락이 급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