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소통·왕래 끊긴 남북 접촉 유일통로

北 4대 일간지 중 으뜸은 ‘당보’ 로동신문

美정보당국, 북한매체 전용 분석기법 운용

로동신문 ‘일반자료’ 전환…관계 개선될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는 참석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 차원에서 북한 로동신문에 대한 일반인 접근을 차단하는 이유에 대해 묻고 일반에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연합]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는 참석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 차원에서 북한 로동신문에 대한 일반인 접근을 차단하는 이유에 대해 묻고 일반에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평양과 개성, 백두산과 금강산, 개마고원, 갈마반도 명사십리... 한때 우리의 강역이었지만 지금은 갈 수 없는 곳, 누구나 아는 곳이지만, 잘 모르는 곳, 가깝지만 먼 곳, 북한이다.

한때 가족, 친척, 이웃들이 살던 곳이지만, 지금은 편지를 부칠 수도 없고 전화를 걸 수도 없다. 라디오나 TV라도 접할 수 있다면 돌아가는 소식이라도 알련만, 그 또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신문을 구할 수 있다는 건 행운에 가깝다. 북한과 전화, 팩스, 이메일을 비롯한 모든 통신과 왕래가 끊긴 상황에서 북한 신문은 최소한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신문은 비교적 최신 정보를 담고 있고, 하루하루 누적된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정보의 원천이 된다.

북한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신문이 있다.

그 중 ‘4대 일간지’라 하면 흔히 로동신문, 민주조선, 평양신문, 청년전위를 꼽는다.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신문은 로동신문이다. 북한 유일 집권정당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가 로동신문이다.

▶정부·국회 기관지보다 센 당 기관지 ‘로동신문’=당의 영도 아래에 정부나 입법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각(행정부)과 최고인민회의(입법부) 기관지인 민주조선보다 ‘당보’로 불리는 로동신문이 위계상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신문은 모두 어떤 기관의 기관지라고 보면 된다. 신문(기관지)의 격은 소속 기관의 위상에 따른다. 4대 일간지라 함은 소속 기관의 권력 서열이 네 손가락 안에 든다는 말이다.

평양신문은 평양시 당위원회 기관지다. 서울시장을 소통령이라고 하듯, 북한 수도인 평양시 당위원장의 끗발도 상당하다.

2018년 김수길 전 평양시 당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서열 1위, 북한 권력 서열 5위권인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사례는 평양시 당위원회의 위상을 역으로 보여준다.

청년전위는 노동신문의 청년 버전이다.

만 14세~30세의 청년이 의무 가입하는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현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의 기관지로, 차세대 리더 사상교육을 전담한다고 보면 된다.

그밖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기관지인 조선인민군도 북한의 주요 일간지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서 북한 연구자나 언론인들이 북한 언론을 인용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매체는 역시 로동신문이다.

“현행법 체계상 일반 국민이나 연구자들이 노동신문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이 순간에도 많은 언론인들이 노동신문을 이용해서 기사를 쓰고 있고 많은 연구자들이 노동신문을 인용해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도와 현실간의 큰 괴리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9일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을 때, ‘(정부는) 왜 일반 국민들에게 로동신문 열람을 제한해왔느냐’고 묻자,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이 답변한 내용이다.

▶언론·학계도 로동신문 보며 북한 탐색=이와 같이 로동신문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북한 취재 및 연구의 중심축이다.

최고 지도부 동향은 물론, 외교, 군사, 기술, 경제, 산업,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의 보도 및 연구를 위한 1차 자료로 널리 사용된다.

북한이 외부 소통 채널을 모두 차단한 현재 로동신문은 북한을 접하는 거의 유일한 창이다.

향후 북한이 태도를 바꿔 남북 및 북미 대화에 유화적으로 나온다 해도 이 신문은 여전히 북의 의중을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그동안 로동신문은 연구 재료로만 활용되었지, 본격적인 연구 대상은 되지 못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적대국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자 자체 개발한 언론분석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라떼’(LATTE)로 명명된 이 기법은 매일 반복되는 상대국 언론의 보도행태를 지속적으로 주시, 이 과정에서 나타난 미세한 변화를 추적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라떼 기법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과 싸울 때 개발된 방법을 모체로, 1980년대 냉전 당시 소련 및 중국과 대립할 때, 오늘날 북한과 갈등을 벌일 때 매 시기 지속 발전하며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라떼(LATTE)의 L은 레벨(Level: 발신자의 지위), A는 오디언스(Audience: 메시지 수신자), T는 타이밍(Timing: 북한 당국의 반응 속도), T는 톤(Tone: 발표문의 논조), E는 에브리씽 엘스(Everything Else: 그 외 모든 요인)이다.

L은 메시지 발신자가 최고위층과 높을수록 메시지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A(오디언스), 즉 메시지 수신자가 누구냐, 어떤 사건이나 행위에 대해 상대국 최고위층이 얼마나 빨리(T) 반응하느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발표문의 논조(T)가 격렬한지 차분한지도 중요하다. 아울러 L, A, T, T의 요소 외 모든 요인을 E라 한다. 그야말로 상대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동신문 일반자료 분류…北웹사이트 차단해제 추진=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2월30일부터 로동신문을 일반자료로 재분류하고, 원본을 대중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1970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노동신문에 대한 일반인 접근을 제한한 지 55년 만이다.

다만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등 전국의 로동신문 취급기관 20여곳을 방문해 열람해야 한다.

향후 통일부는 지역 도서관에 로동신문을 비치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제도 개선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5층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는 로동신문과 영자지 평양타임스 등 북한 신문 5종이 비치돼 있다.

특수자료를 열람·복사하려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비치된 신문 5종 중 일반자료로 전환된 로동신문은 국내 일간지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로동신문 접근성이 현실적으로 개선되려면 온라인 접속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통일부는 앞으로 로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웹사이트 60여개에 대한 접속차단 해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법령 개정 없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심의·결정으로 가능하다.

로동신문은 1945년 11월 창간된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 기관지 ‘정로’(正路)를 전신으로 한다.

▶로동신문사, 1945년 창간한 ‘정로’가 전신…평양 핵심부 소재=조선공산당이 조선로동당으로 변화하면서 기관지는 1946년 9월 1일부터 ‘로동신문’이라는 제호로 발행됐다.

신문은 일간지로서 매호 6면으로 발행하며,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 12면으로 증면할 때도 있다.

1면은 주요 뉴스나 논설, 2면은 사상 및 교양 기사, 3면과 4면은 북한 국내 기사, 5면은 남한 기사, 6면은 미국과 일본 등 국제 기사로 구성된다.

발행 부수는 1980년대 150만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70~80만부로 떨어졌고, 2010년대 김정은 집권 이후 20만~30만부까지 떨어졌다고 전해지나,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로동신문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 백두산이 가까운 삼지연시의 호텔 준공식에 참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21일 이틀에 걸쳐 삼지연시에 ‘현대적인 호텔’ 5곳의 준공식이 열렸다고 23일 보도했다. 20일에는 이깔호텔·밀영호텔이, 21일에는 소백수호텔·청봉호텔·봇나무호텔이 각각 문을 열었다. 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이깔호텔과 밀영호텔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로동신문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 백두산이 가까운 삼지연시의 호텔 준공식에 참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21일 이틀에 걸쳐 삼지연시에 ‘현대적인 호텔’ 5곳의 준공식이 열렸다고 23일 보도했다. 20일에는 이깔호텔·밀영호텔이, 21일에는 소백수호텔·청봉호텔·봇나무호텔이 각각 문을 열었다. 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이깔호텔과 밀영호텔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연합]

로동신문 편집국은 당력사교양부, 당생활부, 사회생활부, 사회주의교양부, 리론선전부, 공업부, 농업부, 과학문화부, 사진보도부, 특파기자부, 론평원실, 론설원실 등으로 구성된다.

과거에는 남한 사안을 다루는 조국통일부, 미국 등의 뉴스를 다루는 국제부 등이 존재했으나 2021년 5월19일 폐지됐다.

로동신문의 조직 개편은 2021년 4월6일 열린 당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노동신문 독보를 제도화하고 사설을 비롯한 중요 기사들에 대한 학습을 강화해 당원과 근로자들이 당의 사상과 의도를 제때 정확히 알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취해진 조치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 총비서가 더 많은 인민들이 로동신문을 접하도록 이른바 ‘당보학습 강화’ 교시를 내린 이후, 일반에 공개하기엔 민감성이 높은 대남 및 대미 기사를 지면에 싣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동신문사는 평양시의 중심지인 중구역 역전동에 소재하며, 신문을 인쇄하는 평양종합인쇄공장도 인근에 있다.

이 일대에는 평양역이 있어 국내선 열차와 베이징, 모스크바로 갈 수 있는 국제선 열차가 운행한다.

김정은 일가와 조선로동당 간부 거주지, 평양냉면을 파는 북한 대표 음식점 ‘옥류관’, 지상 45층, 145m 높이의 북한을 대표하는 고려호텔, 김책공대 등이 모두 이 일대에 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