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심야 무인카페에서 홀로 소주를 마시던 청년에게 남긴 점주의 편지 한 장이 홀로 아픔을 삼키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한 무인카페 매장에 붙은 장문의 편지를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 5일 작성된 이 편지는 점주가 전날 새벽 카페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고 돌아간 청년에게 남긴 것이었다.
점주는 편지에서 “새벽 2시 30분쯤 CCTV를 확인하다가 한 청년이 소주를 사 들고 들어와 안주도 없이 병째 마시는 모습을 봤다”며 “얼마나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시간에 안주도 없이 혼자 술을 마시나 싶어 염려스러운 마음에 남긴다”고 전했다.
편지에 따르면 청년은 소주를 마시던 중 아이스크림을 하나 결제해 안주 삼아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스크림을 결제한 뒤 자리로 돌아오면서 양 옆에 설치된 CCTV를 번갈아 보며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마치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후 청년은 자리에 앉아 소주를 다 마시곤, 소주병과 아이스크림 케이스를 깨끗이 정리한 뒤 매장을 떠났다.
점주는 자신의 청년 시절을 떠올리며 “나도 세상을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가치 있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인생을 살아보니 사실 별 것 없었다”며 “법정스님이 얘기하듯 인생은 그냥 태어난 것만으로 이미 해야할 일을 모두 다 한 것이고, 이제는 그냥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보는 삶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소주가 마시고 싶은 새벽에는 이 공간에서 혼자 소주를 마셔도 괜찮다”며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에 술을 들고 들어온 것이 미안한 일임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청년이라면, 자신이 마신 병과 쓰레기를 치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괜찮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이스크림 하나라도 사고 CCTV에 고개숙여 사과하고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한 청년이라면 무슨 일을해도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젊은이를 토닥일 줄 아는 어른이다”, “사장님의 모든 말씀이 청년에게 위로가 됐을 거다”, “이제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일만 남은 것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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