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정치권이 모병제 띄우기에 나섰다. 진보적 의제였던 모병제 도입을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여권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새롭다. 인구절벽 대비와 청년 고용을 위해 모병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붙는 가운데, 남북 대치 상황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잠룡’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최근 ‘한국형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5일엔 국회에서 ‘가고 싶은 군대 만들기’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한다. 남 지사는 지난 31일 한 라디오에서 “2025년엔 신생아가 30만명대로 확 떨어져 현재의 전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30만명 정도의 병력을 모집해 9급 공무원 수준, 월 200만원 수준의 대우를 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한 예산 부담이 3~4조원 증가하지만 병력 감축에 따른 비용 감소로 상쇄 가능하다는 게 남 지사의 주장이다.
또 새누리당 8ㆍ9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자로 출마했던 김용태 의원도 본지 인터뷰에서 “인구 구조 상 모병제 도입은 필수다. 선제적으로 군 체계를 뜯어고쳐 25만개 신규 고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후보 당시 모병제 전환을 공약했고, 오는 5일 토론회에 남 지사와 공동으로 참여한다.
정치권에 모병제 바람이 부는 첫번째 이유는 선거 이슈몰이 효과다. 남 지사, 김두관 의원은 대권, 김용태 의원은 당권을 바라보는 시기에 모병제 카드를 꺼냈다. 남성 국민 대다수가 징병 대상자인 상황에서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 모병제를 통해 저출산과 인구절벽, 청년고용 문제를 복지예산 확충 없이 해결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다.
5일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발제문에서 “징병제 하에서 병영은 강제 집단 수용이라는 점에서 (청년들에게) 감옥과 같은 성격”이라며 “모병제를 통해 수십만 개 청년 일자리가 생기고, 군대 전문화를 통해 정예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위원장은 대표적인 모병제 찬성론자다.
군사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모병제 도입에 신중해야 지적했다. 김종탁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직업군인 중 10년 넘게 복무하고 지휘관으로 진급하는 비율은 약 20%밖에 안 돼 고용창출 개념으로 모병제를 논의하는 건 위험하다”며 “인구가 1억3000명인 일본도 약 23만명 병력을 모으지 못해 허겁지겁하는데, 남북 대치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젊은 병력을 모병제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