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지난 이념 대결에 휘둘려선 안된다. ‘내란세력 척결’과 ‘공소취소 저지’라는 진영 대결의 변종 논리, 단순 이분법에 갇혀서도 안된다. 엄혹한 글로벌 경쟁 시대 대한민국 국운이 비상과 추락의 분기점에 놓인 지금, 모든 선거는 철저히 각 자리에 맞는 유능한 대표자와 행정가를 뽑는 장이 돼야 한다.

진보의 투사와 보수의 전사가 이끄는 시대는 갔다. ‘친(親)-’ ‘비(非)-’ ‘반(反)-’ 등 진영의 ‘적통’을 가리는 경쟁은 무용함을 넘어 해악적이다. 최적격의 비전과 실천력을 가진 후보를 헤아리는 유권자의 현명함이 절실하다. 정치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흙탕물을 튀기는 요란하고 잡스러운 정쟁을 벌였지만, 그 속에서 보석을 건져올리는 혜안과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29일 시작됐다. 이틀간의 사전투표 후엔 6월 3일 본투표가 치러진다. 소박하게는 4년간 우리 동네의 살림살이를 결정지을 계기다. 거창하게 말한다면 인공지능(AI)와 첨단기술이 급격하게 사회 구조를 바꾸는 대변혁의 시기에 국토균형발전, 지방자치강화를 이끌 행정가와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그러나 선거 막판까지 여야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역 선거운동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됐다. 집값, 월급, 주가, 일자리, 결혼, 출산, 교육 등 보통사람들의 진짜 걱정거리는 외면됐다.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은 유권자에 전혀 회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새롭지도 구체적이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사실상 ‘잡음’ 뿐인 선거가 됐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는 철저히 ‘누가 더 유능한가’를 가리는 장이 돼야 한다. 검은 고양이이든 흰 고양이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의 실용주의가 시대정신이다. 중앙정부의 경제방향과 각 기업의 성장전략에 맞춰 지역의 산업·에너지 시설과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며 고용과 거주인구를 확대하고 지역내총생산(GRDP)를 획기적으로 늘릴 사람을 뽑아야 한다. 국민 보편의 이익, 주민 다수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권리도 살필 줄 아는 지도자를 택해야 한다.

지역 일꾼의 유능함 척도는 성장의 비전, 실천과 추진력, 갈등조정의 능력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의 시대 우리 사회엔 새로운 계층별·세대별·성별·지역별 이익과 자원 배분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역 간엔 대규모 기업·공장·상업·휴양·교육 시설 같은 선호 시설과 발전소·데이터센터·정수정화시설·폐기물처리장 등 기피 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더 격화하고 있다. 교조적인 신념과 투쟁의 경력, 미래 권력의 야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