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1심 무죄…“사적 거래 해당”
“부적절 행위 모두 처벌은 불가능…도덕의 영역 남겨둬야”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 문제 등을 현직 교사와 부당하게 거래한 혐의를 받은 일타강사 현우진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부장 이재욱)은 26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현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현씨는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씨에게 돈을 받고 문항을 제공한 혐의를 받은 현직 교사 2명과 교재개발업체 관계자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금품은 사적 거래에 해당해 청탁금지법상 금지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씨가 교사들에게 지급한 돈이 문항 제공의 대가에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가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품이 지급된 게 아니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현씨가 지급한 돈이 문항의 대가에 맞는 수준으로 과도하지 않으므로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법원은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건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며 “형사처벌은 문제 해결의 최후 수단”이라고 했다. 이어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모두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형사처벌만 받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비도덕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도덕과 윤리의 영역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씨는 수학시험 문항을 받는 대가로 현직 수학교사 2명에게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총 3억 46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또 다른 교사의 배우자 명의 계좌로 7500만원을 보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싱 곰판에서 “현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수 년간 문항을 매매하고 억대 돈을 받는 행위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해 도저히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내신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현직 교사가 학원에 문항을 판매하면 수강생들은 이를 사전에 접할 수 있어 교육 불평등도 심화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씨 측은 “정당한 거래였다”며 “교재에 수록할 문항이 필요해 현직 교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뒤 약속한 금액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씨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문제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이는 수학 강사이자 교재를 집필하는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당시 현씨 본인도 최후 진술에서 “선생님들이 고생하면서 일한 게 다 부정당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명확한 판결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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