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헬싱키 핀에어와 떠나는 여정
기내 곳곳에 핀란드 멋과 맛, 감성
북극항로를 지나 13시간 40분 소요
[헤럴드경제(오울루)=손미정 기자] 무민과 오로라, 산타클로스의 나라. 상상만으로 설레는 나라 핀란드는 늘 마음속 버킷리스트 한켠을 차지하지만, 막상 떠나려면 현실의 거리가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 아득한 거리 위에, 가장 가까운 다리를 놓고 있는 항공사가 있다. 바로 인천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직항 노선을 정기 운항하는 유일한 항공사인 핀에어(Finnair)다.
핀에어는 지난 2008년 6월 인천-헬싱키 노선을 주 3회로 취항하며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 2026년 10월 현재 이 노선은 주 7회, 매일 한국과 핀란드를 오가며 두 나라를 잇고 있다. 1983년부터는 산타클로스 공식 항공사로 활동하며, 산타 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까지 항공편을 제공하는 유일한 항공사다.
‘2026 유럽문화수도’ 오울루로 가기 위한 첫 여정은 헬싱키행 핀에어 여객기를 타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번 여정에는 10여 년 전 핀에어가 유럽 항공사 최초로 도입한 에어버스 A350XWB가 투입됐다. 더 넓은 기체를 뜻하는 XWB는 동체가 기존 A330·A340보다 33센티미터 넓다.
기내에 들어서는 순간 체감되는 여유로운 공간감에, 파란 좌석들이 마치 이미 핀란드에 도착한 듯 ‘피니시(Finnish, 핀란드스러움)’의 감성을 물씬 풍긴다. 핀에어 A350의 모든 비즈니스 클래스는 지난 2024년 콜린스 에어스페이스와 함께 개발한 좌석으로 전면 리뉴얼됐다. 별도의 등받이 조절 없이도 승객이 원하는 자세를 편안하게 잡을 수 있는 3D 입체형 곡선 디자인이 특징이다.
핀란드 디자인의 아이콘 이딸라(Iittala)의 도자기 식기에 담긴 기내식, 핀란드 대표 브랜드 마리메꼬(Marimekko)의 패턴이 담긴 어메니티와 쿠션·담요까지, 이 모든 것이 여정의 목적지가 핀란드임을 곳곳에서 일깨운다. 비즈니스 클래스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탑승객에게 제공되는 이딸라 식기는 핀에어가 디자이너 해리 코스키넨과 함께 개발한 ‘쿠울라스(Kuulas)’ 컬렉션이다.
기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음료 메뉴에도 핀란드 감성이 가득하다. 롱드링크와 노던 블러쉬가 그 주인공이다. 롱드링크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을 계기로 탄생한 핀란드의 국민 칵테일로, 진에 자몽 소다를 섞은 상큼하고 가벼운 맛이 특징이다. 핀에어의 시그니처 칵테일인 노던 블러쉬는 진에 핀란드산 링곤베리즙을 더하고 오렌지 필과 비터스로 향을 내, 은은한 핀란드 숲의 정취를 담았다.
롱드링크와 노던 블러쉬가 ‘어른의 음료’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핀에어의 진짜 시그니처는 바로 블루베리 주스다. 2014년 도입된 이후 매년 약 100만 리터씩 제공되는 이 주스는 핀란드 숲에서 자생하는 야생 블루베리로 만든다. 여름이면 온 국민이 바구니를 들고 숲으로 향하는 핀란드의 풍경을 떠올리면, 이 한 잔에 여름 한철 숲에서 보내는 시간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인천을 떠난 여객기는 북극점 근처를 지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영공 진입이 금지되면서 생긴 우회 경로다. 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서 오히려 비행시간은 더 짧아졌고, 탑승객들은 여객기 안에서나마 북극을 간접 체험하는 색다른 경험도 하게 됐다. 항로를 통과했다는 기념으로 이른바 ‘북극항로 크로싱 인증서’도 받을 수 있다. 맑은 밤 북극점 위를 날게 된다면, 창밖으로 초록빛 커튼이 일렁이는 오로라를 마주하는 행운을 만날지도 모른다.
인천에서 헬싱키까지 13시간 40분. 짧지 않은 비행이지만, 기내 조명이 서서히 밝기와 색을 바꾸며 승객의 몸속 시계를 조용히 다독인다.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이 세심한 조명은, 시차로 인한 피로를 덜기 위해 핀에어가 조명 전문기업 제트라이트(Jetlite)와 함께 개발한 시스템이다. 핀란드로 향하는 항공편에는 차가운 ‘노르딕 블루’ 톤이 쓰이고, 기내가 어두워지면 남는 은은한 빛이 오로라를 연상시키도록 연출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북극항로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진짜 오로라와 기내 조명이 빚어내는 오로라의 잔상이 이 여정 안에서 은은히 포개지는 경험도 더없이 색다르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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