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헤럴드 기업포럼 2026
이재욱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
韓 ‘AI 부품국-풀스택국’ 갈림길 진단
GPU 인재유치 수단, 컴퓨팅 확충해야
함께 일하고픈 동료, AI 인재확보 무기
“엔비디아와의 피지컬 AI(인공지능) 공동연구 과제를 조만간 공모하고 매칭 절차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재욱(사진)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은 23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와 엔비디아 양측 연구진이 직접 만나 공동 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서울대 방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양측의 협력은 공동연구, 인재양성,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 테스트베드 구축 지원 등에 초점을 두고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교수와 학생, 엔비디아 연구원 간의 상호 방문과 인력 교류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서울대가 글로벌 AI·로보틱스 연구 생태계의 허브가 돼 그 파급효과가 국내 산업 전반으로 번지게 하는 것이 이번 협력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AI 산업을 에너지, 칩, 인프라, 모델, 응용의 풀스택으로 보면 한국은 모든 ‘층’에 의미 있는 플레이어를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는 연결이 약하다. 특히 칩과 모델을 잇는 소프트웨어 인재와 현장을 아는 AI 인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부품 국가로 남을 것인가, 풀스택 국가로 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있다고 진단한 이 원장은 국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기업·학계의 역할을 각각 주문했다.
우선 “정부는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인허가 문제를 비롯해 산업 데이터 활용 규제, 로봇과 자율 시스템의 실증 허가 등을 대표적인 과제로 꼽았다.
기업의 역할에 대해선 “각 분야 최강자들이 연합하는 ‘한국형 풀스택’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부문은 물론 대기업이 국내 AI 스타트업의 첫 고객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학계는 AI가 아직 못 하는 프런티어를 연구하는 동시에 층과 층 사이를 잇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학계와 산업 전반에 걸쳐 AI 인재 육성 및 유치가 최대 과제가 된 가운데 이 원장은 충분한 컴퓨팅 자원 없이는 AI 인재를 길러낼 수도, 데려올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AI 연구는 아이디어만으로 되지 않는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없는 대학에서 프런티어 연구자는 자라지 않는다”며 “대학과 연구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국가 컴퓨팅 자원과 테스트베드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연구진과 학생들 간의 활발한 교류 역시 AI 인재 육성을 위한 필수 요소로 꼽았다. 이 원장은 “산학의 벽을 낮춰야 한다”며 “학생의 인턴십과 산업 프로젝트, 교수의 연구학기와 겸직, 교원 창업이 훨씬 유연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최고의 AI 인재를 붙잡으려면 컴퓨팅 자원부터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뛰어난 사람은 세상을 바꿀 만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간다. ‘GPU가 곧 인재유치 수단’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이미 그 조직에 두는 것”이라며 ‘동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AI로 인재들의 지적 역량이 상향 평준화된다면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인간적인 신뢰와 매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인재 전쟁의 마지막 무기는 결국 그런 문화”라고 말했다.
갈수록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 채용문화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경력직만 수시로 뽑는 조직은 당장은 편하지만 5년 뒤 중간 허리가 비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청년이 실전 경험을 쌓을 통로가 없어지면 인재 파이프라인의 아래쪽이 마르게 된다”며 “주니어를 위한 재숙련 기회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조직이 장기적으로 인재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국내 우수인재 유출에 대응해 해외에서 유능한 인재를 데려올 수 있는 환경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우수 인재의 순유입이 순유출보다 커져야 한다. 이는 교육만이 아니라 비자와 정주 여건, 젊은 연구자가 살고 싶은 도시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오는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 기업포럼 2026’의 기조연사로 나서 ‘대한민국 AI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기회’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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